북한, 한·미 정상 허수아비 ‘화형식’…무력도발은 3주째 ‘잠잠’
북한이 한·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한·미 정상의 허수아비를 태우는 화형식까지 진행했다.
반면, 북한은 3주째 무력시위를 멈춘 채 ‘잠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예고해 당초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사가 임박했다는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자에서 “깡패국가·악의 제국 미국과 동족대결에 환장한 괴뢰역적패당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 모임이 2일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됐다”면서 “천백배의 보복의지를 만장약(가득 채움)한 모임 참가자들은 가증스러운 적들에게 죽음을 안기는 심정으로 침략자·도발자들의 허수아비를 불살라버리는 화형식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한·미를 겨냥해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지만, 화형식까지 진행한 데 대해선 ‘워싱턴 선언’에 대한 북한의 적개심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최고 수준의 대적 관계가 형성됐던 80~90년대 화형식을 했었다”라며 “화형식은 굉장히 오랜만인데, 북·미관계가 냉전 시대로 회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13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이후 무력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지만,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장지도하면서 군사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발사 버튼은 아직 누르지 않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내리는 ‘1호 지시’는 목숨을 걸고 성공시켜야 하는 것인데, 발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며 “위성을 실제로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기술이고, 각종 제재로 부품 수급이 막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정치적 시점을 택해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은 ICBM 정상각도 발사와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부터 무인기 침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인 ‘회색지대’ 도발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면서 한·미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대미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에 대응하는 무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회색지대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육군 항공단과 제25보병사단 사령부와 사단 예하 최전방 감시초소(GP)를 찾아 결전태세를 점검했다.
김 의장은 장병들에게 “군인의 DNA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 실전적 훈련에 몰입하고, 적이 도발한다면 조건반사적으로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회담장에서 열린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단과의 원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핵 개발 도발을 멈추지 않아 국민들의 통일의식이 악화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와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는 새로운 대북·통일정책의 토대가 될 ‘신(新)통일미래구상’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으며, 초안은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이다.
정우진 박준상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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