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아기 손님에 "크면 자주 와야해"…'미래형 마트' 가보니
인천광역시 동춘동에 있는 이마트 연수점에는 신선한 수산물을 고객이 원하는 요리 용도로 손질해주는 ‘오더 메이드’ 코너가 있다. 3일 오후엔 인천 연안부두에서 잡아 온 꽃게와 당일 새벽 갓 들어온 자연산 광어 등 12가지 어종이 매대 위에서 싱싱함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선 주말마다 ‘참치 해체 쇼’도 열린다.
수산 매장 옆 델리 코너에선 조리로봇이 프라이드치킨을 튀기는 중이었다. 주말엔 하루 최대 150마리를 튀긴다. 가격은 마리당 9980원. 이 회사 직원은 “로봇은 레시피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품질이 균일한 게 장점”이라며 “그 자체로 구경거리인 데다 가격도 저렴해 고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 연수점은 6개월의 리뉴얼을 거쳐 지난 3월 말 문을 열었다. ‘미래형 대형마트’라는 별명에 걸맞게 볼거리·먹거리를 대폭 강화한 모습이었다. 회사 측은 “지난 한 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해 18%, 방문 고객 수는 23% 늘었다”고 말했다.
고객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 이마트는 연수점을 재개장하며 ‘몰 타입’이란 점을 강조했다. 기존 이마트 직영 70%, 임대(테넌트) 30%인 매장 구성을 지금은 직영 30%, 테넌트 70%로 바꿨다. ‘놀러 왔다가 장도 보고 가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다.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의 라커룸을 재현한 ‘랜더스 광장’을 조성했고, 대규모 키즈카페도 열었다. 인천에 처음 입점한 식음료(F&B) 매장만 10곳일 정도로 먹거리에도 공을 들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이번 리뉴얼은 큰 실험이다.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고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었다”며 “매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재개장 후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직영하는 판매 공간은 1만2561㎡(약 3800평)에서 5619㎡(약 1600평)로 줄었지만, 재개장 후 매출은 늘었다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편의점 이마트24 상품 전시회와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직접 채소를 재배해 파는 스마트팜 등 매장 곳곳을 살펴보며 경쟁 업체 대비 매출을 확인했다. 손님이 몰리자 함께 ‘셀카’를 찍기도 하고, 아기를 안아보고는 “커서 이마트 자주 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온라인 쇼핑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장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월계점을 시작으로 2020년 9개, 2021년 19개, 지난해 8개 점포를 리뉴얼 개장했다. 올해는 7월 재개장을 앞둔 킨텍스점을 비롯해 10개점 리뉴얼에 850억원을 투자한다.
정 부회장은 “온라인 시장이 중요해졌다고, 오프라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연수점 리뉴얼은 꼭 필요한 투자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회사”라며 “고객에게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지속해서 확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내부 소통 확대도 다짐했다. 정 부회장은 “‘제이릴라’(신세계푸드 캐릭터) 등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형 콘텐트를 검토 중”이라며 “특히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와 물가 상승 등을 언급하며 “이마트는 이런 위기가 왔을 때 항상 성장해 왔다”며 “꼭 우리가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임직원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의무 휴업일 전환에 대한 질문에는 “지역 상권에 최대한 피해를 덜 주면서 소비자 편익을 살릴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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