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녹취록’ 파문…해도 안해도 골치 ‘태영호 징계 딜레마’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면서 태 최고위원의 거취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기현 대표가 3일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황정근 변호사)에 추가 징계 요청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어떤 징계 결정을 내리든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김 대표가 태 최고위원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윤리위에서 병합해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유사한 사항이 재발할 경우 윤리위에 단호한 대처를 주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태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3월 9일 의원실 보좌진에게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거론하며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고 발언한 음성이 지난 1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보도 다음날인 지난 2일 이진복 수석은 “누구를 공천해 줄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런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태 최고위원도 “이 수석이 공천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 보좌진에게 과장을 섞어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공천을 미끼로 대통령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선거법 위반”(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라고 공세를 펴는 등 사건은 확산일로였다.
3일 오전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후로 태 최고위원이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 기초의원에게서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언론에서 제기됐다. 그러자 이미 지난 1일 각종 설화를 일으킨 그와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김 대표의 전격 지시로 태 최고위원의 새로운 의혹까지 윤리위가 다루게 된 것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자 태 최고위원은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구의원의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그들도 언론에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밝혔다”며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서는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정인이) 공무상 취득한 후원 정보가 아니고서야 알 수가 없는 후원자 신원 자료까지 다 알고, 명단까지 언론에 넘겼다는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라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입장문 발표 뒤 최고위원 자진 사퇴 가능성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읍참마속” vs “본인이 아니라는데….” 太 징계놓고 나뉜 與
당내에선 징계 여부와 수위를 놓고 각종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3일 MBC 라디오에서 “이유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내용이 국민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태 최고위원이 별도로 사과를 더 하든 정치적 책임을 지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전날엔 “‘일벌백계 읍참마속’의 기조로 다뤄야 한다”며 중징계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도 했다.
비윤계는 수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검찰과 경찰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적었다.
반면 김성태 전 의원은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을 다독이는 차원에서 본인이 부풀린 이야기’라고 해명하는데 어떻게 의혹의 눈초리로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서울 당협위원장도 “태 최고위원을 일부러 공격하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많다”고 했다.
의견이 갈리는 건 태 최고위원 문제가 징계를 해도, 안 해도 문제인 딜레마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태 최고위원을 징계하면 이제 겨우 출범 두 달이 안 된 김기현 대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윤리위 징계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경고’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당원권 정지(1개월~3년)’, ‘탈당 권유’, ‘제명’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발언으로 중징계가 예상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태 최고위원까지 중징계를 받으면 사실상 지도부 결원이 2명이나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이준석 전 대표조차 3일 CBS 라디오에서 “총선 1년 전이면 최고위가 할 일이 많다. 최고위원 일부가 이탈하면 최고위가 제때 의사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중징계를 하면 태 최고위원도 가만히 있지 않고 김기현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징계를 하면 야당이 ‘이진복 수석 책임론’을 제기할 빌미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징계를 제대로 안 해도 문제다. 이미 출범 직후 리더십 위기까지 겪은 김 대표에게 계속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당내에선 녹취록 내용 자체가 아닌 ‘허위 내용’에 초점을 맞추자는 해법이 나온다. 실제 김기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과장해서 표현한 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고 당에 상당한 부담을 당에 주게 된 점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 부부 성관계 보세요"…SNS서 2억 벌어들인 부부 | 중앙일보
- "박은빈, 30살 먹고 울고불고…송혜교 배워라" 김갑수 막말 논란 | 중앙일보
- 그 흔한 외식 한번 없었다, 일기장에 비친 노인의 70년 | 중앙일보
- 일본 개그맨, 한국 시장서 '침 테러'…입에 넣은 꼬치로 닭강정 '푹' | 중앙일보
- "성욕만 푸는 XX취급" 전 남친에 문자만 800번…20대 최후 | 중앙일보
- "누구에게 받아야 할지…" 고 서세원 빈소에 찾아간 채권자 | 중앙일보
- 지수·안유진이 취했다…'초통령 술방' 본 8살 아들 충격 질문 | 중앙일보
- 백윤식 전 연인이 사생활 폭로한 책…'출판금지' 소송 결말은 | 중앙일보
- "욕실까지 금" 소문도…40년 전 67억 쏟은 '그분'만을 위한 곳 | 중앙일보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혼외자 딸 2명…'법적 자녀' 됐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