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처우 악화…표절기계 AI 제한해야” 美 할리우드작가 총파업

김형구 2023. 5.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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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페어팩스 지역에 있는 CBS TV 사옥 부근에서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파업 돌입을 알리는 피켓을 들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할리우드 영화 및 TV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조합원 1만1500여명이 2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시대에 노동강도는 높아진 반면 처우가 악화됐다고 주장하면서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단체로 집필 거부에 들어간 건 2007년 말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파업은 WGA가 영화ㆍTV제작자연맹(AMPTP) 산하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NBC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과 6주간 벌여 온 임금인상 단체교섭이 결렬된 결과다. 이에 따라 NBC ‘더 투나잇 쇼’, ABC ‘지미 키멀 라이브’, CBS ‘더 레이트 쇼’ 등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들은 이번 주 신규 방송 대신 과거 방송분을 재방영하기로 했다.

WGA는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제작사들은 노동시장 내부에 ‘긱 이코노미’(gig economyㆍ임시 계약직 위주의 인력 시스템)를 만들었고 이번 협상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으며 작가 업무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WGA 소속 조합원들은 2일 파업 돌입 후 뉴욕 맨해튼 도심에 모여 ‘집필 거부(Pencil down)’ ‘스포일러 알림: 우리가 이길 것이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반면 AMPTP 측은 “WGA와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인상을 제안했다”며 반박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넷플릭스 사옥 앞에서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파업 돌입을 알리는 피켓을 들며 가두 집회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가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보수 문제다. WGA는 최근 몇 년 새 OTT 스트리밍 업체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제작사 이익은 높아졌고 콘텐트 지출은 증가했지만 작가 급여는 삭감됐고 작업 조건도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NYT는 “TV 드라마 한 시즌 당 20개 이상이던 편수가 스트리밍 시대에는 8~12개로 줄었고 작가들의 주당 평균 급여도 삭감됐다”고 보도했다.


“SF 그려온 작가들, AI에 맞서 파업”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을 제한하는 문제도 뜨거운 쟁점이다. WGA는 제작사들이 AI를 활용해 이전에 작가들이 쓴 시나리오에서 새로운 스크립트를 생성하거나, AI가 만든 대본 초안을 작가들에게 손보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수십 년 동안 기계가 세상을 장악하는 공상과학 작품 대본을 집필해 온 할리우드 작가들이 이제 로봇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못 빼앗도록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특히 “창작 과정에서 AI 역할에 대한 논쟁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GA 측 수석 협상위원인 극작가 존 어거스트는 “작가들이 AI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두 가지”라며 “우리는 우리 자료가 AI에게 먹잇감이 되는 걸 원하지 않으며 그들의 엉성한 초고를 수정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문제는 AI 기술이 이미 할리우드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이미지 자동 생성 프로그램 ‘달(Dall)-E’를 통해 노년 배우의 얼굴 주름을 지우는가 하면 애니메이션 영화의 밑그림을 AI가 그리는 식이다. 일부 작가들은 AI로 스크립트 제작을 실험하고 있다. WGA 수석 협상대표인 엘렌 스터츠먼은 “일부 회원들은 AI를 ‘표절 기계’로 부른다”고 했다.

WGA 파업은 오는 6월 말 기존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과 AMPTP 간 협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작가들의 파업 중에도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며 협상읕 통한 원만한 해결을 촉구했다.


백악관, AI 업계 CEO들 불러 AI 이슈 논의


카말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전국 중소기업 주간’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I 개발이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허위정보 확산 및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 백악관은 4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스로픽 등 AI 업계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주재로 AI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명의로 이들 CEO에게 보낸 초대장에서 “귀사들과 같은 회사들이 상품(AI)을 대중에 내놓기 전에 반드시 안전성을 확인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와 과학기술정책실은 AI 기술이 노동자들에게 초래할 위험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린 바 있다.

알파벳의 AI 조직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2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인 AI 연구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단지 몇 년 내로 인간 수준의 인식을 가진 ‘범용 인공지능’(AGI)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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