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참석 이창용 “美 긴축 종료 다가와…韓 금리 인하는 일러”

임성빈 2023. 5. 3. 17: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 긴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통화정책의 전환을 말하기는 이르고, 높은 물가가 더 안정된 뒤에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시아 국가의 금융 협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이처럼 말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금융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ADB가 한국에서 연차총회를 개최한 것은 2004년 제주 이후 19년 만이다.


“환율,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것…은행은 불안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Governors' Seminar)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오후 거버너 세미나(Governor’s Seminar)에서 최근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경제에 대해 “선진국의 추가 긴축에 따라 환율의 압박과 자본 유출의 위험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영향이 지난해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보다 높다”며 “물가가 안정된 이후 정책 전환을 생각할 수 있다 ”고 했다.

이 총재는 오전에 진행한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과 관련 “매일의 환율 변화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큰 변동성엔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1월까지만 해도 원화는 다른 통화 대비 선방(best perform)했다”며 “4월은 외국인 투자자에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기고, 이때가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세미나에서 이 총재는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위기 등과 관련 “은행 예금이 더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규제나 감독 체계에서 은행에 대한 정리나 긴급 자금 지원 방안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디지털 은행이 더 발달해 빠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비해야 하고, 비은행권 금융사 규제에 대한 숙제도 남아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아시아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는 등의 어려움에 대해 이 총재는 “정치적인 손실이 일부 있더라도 고통을 감내하고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도 “통화·재정정책에만 의존하면 재정 여건은 더 악화할 수 있다”며 “많은 국가가 재정 건전화를 하면서도 경제 회복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답은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국 대표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시아 국가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아시아 각국의 특성이 다르지만,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는 금리 상승에 불어난 부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취약 부문 보호와 재정 적자 관리를 동시에 하려면 여러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아시아 국가는 실물경제와 무역 등 많은 부분에서 함께 움직이지만, 금융 서비스에선 통합이 안 됐다”며 “지불결제 분야 등에서 아시아의 금융 통합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개회사에서 “경제·지정학적 분절화를 극복하고, 공정한 무역의 규칙을 다시 한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개혁 과제에 대해 역내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협력하길 바란다”며 “한국도 고민에 기꺼이 동참하고 나서겠다”고 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