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 유리 박힌 손·손가락… 정형외과에서 어떻게 치료하나? [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외래에서는 종종 유리조각, 식물의 가시, 생선 가시 등이 손이나 손가락에 박혔는데 빠지지 않아서 내원하시는 분들이 방문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외래에서 의사가 해당 이물질을 쉽게 뽑아줄 것을 기대하고 방문하게 되는데, 간단히 뽑을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 어려운 이물질에 대해 추가적인 검사나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리나 금속같이 X-Ray에 쉽게 보이는 이물질보다는 나무나 유기물 같은 이물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물질의 종류로는 크게 유리, 금속, 플라스틱, 연필심, 생물의 가시(나무, 생선, 벌) 등을 들 수 있다.
외래에서 남성분들 손의 X-Ray를 살피다가 우연히 금속으로 된 이물질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증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발견되어 조심스레 직업을 문의하면 이전에 용접이나 절단 등의 쇠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였던 경우가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이 손에 박힌 것인데, 대개 손의 근육 등에 박힌 금속 이물질은 분해 시간이 수백 년 이상으로 길고 근육 내부에서 이동을 하더라도 멀리 이동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이 경우 관절 속에 박힌 이물질이 아니고 증상이 없다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고 수년 단위로 X-Ray만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증상이 있는 금속 이물질이고 피하 조직보다 깊어서 근막보다 깊은 위치에 있는 이물질이라면, 제거 도중 출혈이 시야를 방해하며 주변 신경 혹은 큰 혈관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양성 종양을 제거하듯 수술장에서 지혈대를 감고 수술적 제거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유리로 된 이물질 역시 수백 년 이상으로 분해 시간이 길어서 원칙상 생체에 유리가 있더라도 화학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대개의 유리 파편은 날카로운 경우가 많아 주변 조직에 지속적인 상처를 낼 가능성이 있고 자동차 유리처럼 특수하게 제작된 유리라 할지라도 모서리 자체는 자극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하에 박힌 유리는 해당 부위가 닿을 때마다 아파서 결국 제거해야 할 때가 많다. 유리는 정면, 측면, 그리고 45도 사면 사진 총 4개를 찍으면 90% 이상 발견할 수 있지만 특수 유리 혹은 사기그릇 같은 경우는 경우에 따라 CT까지 찍어야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유리는 다친 순간 환자 스스로 제거하게 되지만, 제거가 어려운 유리 조각은 근막보다 깊이 위치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제거 시 출혈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아 앞서 기술한 금속 이물질처럼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낫다. 유리 재질의 이물질을 제거할 때에는 보통 2~3개의 조각이 한꺼번에 박혀 있기도 하고 수술 도중 유리가 깨져서 남을 가능성이 있어서 제거한 후에는 유리조각이 남았는지 여부를 수술장 방사선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플라스틱의 경우에도 X-Ray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경우 CT를 찍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플라스틱이 몸에 박히는 사고는 피부 근처에 박히면서 스스로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제거가 어려운 깊이 박힌 플라스틱 이물의 치료는 금속 혹은 유리조각의 잔류이물을 치료하듯이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금속, 유리,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안정한 물질이라 단순 감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생선 가시 및 나무 등의 유기물로 이루어진 이물질은 인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분해되어 주변 조직의 괴사와 그로 인한 감염 및 이물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견한다면 시급히 수술을 생각해야 한다.
생선 가시는 주로 가정 주부나 어류를 다루는 직종에 있는 분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생선 가시가 박혀서 내원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깊이 박히거나 스스로 제거하는 도중 일부가 부러지면서 더 이상의 제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주변 조직의 괴사보다는 화학적인 자극이 계속된다. X-Ray와 CT로 가시의 위치를 파악한 이후 크기가 크고 튼튼하게 생각되면 가시 자체만 제거할 수도 있으나, 수주 이상 지난 생선 가시는 조각조각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가시를 포함한 주변 조직을 넓게 제거하는 방법을 택한다.
나무 가시는 잔류이물로는 가장 빈도가 높은 편이다. 등산, 성묘, 목재공예 등으로 자주 발생하고 식사 후 이쑤시개를 사용하거나, 연필심(나무를 포함)에 찔리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작은 나무가시가 피하에 박힌 경우는 피부 일부가 제거되면서 스스로 빠지는 경우도 많지만 깊이 박힌 나무가시는 수일 내에 분해되면서 근육층 혹은 뼈, 관절의 심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해당 이물질을 포함하여 감염된 조직을 충분히 제거한 이후라도 감염의 완치를 위해 항생제를 꾸준히 써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무로 인한 이물 손상을 입었다면 수일 내에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제거를 해야 차후 감염에 대한 치료를 비교적 짧게 끝낼 수 있다. 나무는 하루가 지나면 습기를 흡수하여 X-Ray나 CT로는 잘 보이지 않게 되어서 MRI로 진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MRI에서 잘 보이지 않더라도 이물이 박힌 부위를 포함하여 변연 절제를 (수술적 치료)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잔류이물 중 가장 심한 손상은 고압 페인트건 손상을 들 수 있다. 페인트 자체가 유독한 화합물이라 주변 조직의 괴사가 심하게 일어나고 괴사 된 조직은 모두 감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고압 손상이기 때문에 대개 근육층 및 뼈 층까지 손상을 입은 채로 근위부로 괴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페인트건 손상은 발생 즉시 해당 부위보다 근위부까지 넓게 절개해서 페인트를 전부 세척하고 광범위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며, 페인트건으로 인한 손가락 손상의 경우에는 24시간 안에 변연 절제 및 감압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이나 해당 손의 연부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될 수 있다.
이처럼 몸속에 남은 이물은 해당 이물의 종류에 따라 검사 및 향후 처치가 약간씩 다르다. 특히 유기물에 의한 이물은 방치했을 경우 주변 조직의 이물반응, 감염, 괴사까지 일으킬 수 있어서 빠른 제거가 필요하다. 이물을 외래에서 제거하지 못한다면 수술장에서 제거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고 이물 제거만 시행하지 않고 주변 조직을 함께 절제해야 이물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이물질이 들어갔는데 손쉽게 제거되지 않는다면 수술까지 가능한 주변의 병원을 빠른 시간 안에 방문하여 상황에 맞게 처치해야 할 것이다.
/기고자: SNU서울병원 곽상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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