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배까지 결항 예고…어린이날 계획 망친 '봄 물폭탄' 왜

천권필 2023. 5. 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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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기 시작한 3일 오후 제주시 이호해변에 우산을 쓴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어린이날인 5일을 전후로 서울 등 수도권에 최대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산지 등 일부 지역에는 400㎜의 물폭탄이 쏟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항공과 배편 운항이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부터 제주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며 4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는 5일을 지나 6일까지 3일 동안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서울 등 중부 지방과 남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는 어린이날인 5일을 전후로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4~6일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과 전라·경북 북부·경남권이 30~100㎜를 기록하겠고,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는 최대 120㎜ 이상의 비가 오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남해안과 제주도, 지리산 부근 역시 50~150㎜의 비가 내리겠고, 제주도 중산간은 200㎜, 제주도 산지는 400㎜에 이르는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4일 오전부터 6일 새벽 사이에 제주도와 남해안에 시간당 30~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고, 5일 오후부터 6일 새벽 사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는 20~30㎜의 강한 비가 지속되겠다”며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해서 축대나 옹벽 붕괴, 저지대 침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열대고기압 강화로 강해진 남풍 따라 수증기 유입”


4~6일 강수 모식도. 기상청 제공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이번 비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봄철에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것도 이례적이다. 앞서 2018년 5월 16일에 서울이 시간당 35㎜의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호우 특보가 내려진 적이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 남쪽 북위 10~20도에 위치한 아열대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강한 남풍의 양상을 띠고 있다”며“그 영향으로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공기와 함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우리나라에 오는 비의 양도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중부와 남해안 지방에 모두 많이 쏟아지겠지만, 조금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분석했다. 중부 지방의 경우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부딪치면서 온난 전선이 형성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짧은 시간에 걸쳐 쏟아진다. 남해안과 제주도, 지리산 부근에서는 온난 습윤한 공기가 남쪽에서 다량 유입되고 지형적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지속 시간은 긴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6년 5월 6일에도 비슷한 양상의 봄비가 전국에 쏟아졌다. 당시에도 수도권에 120㎜ 이상의 비가 내렸고, 제주도 산지는 200~500㎜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70대 농민이 실종되고 다세대 주택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육해공 교통 모두 불편…제주 결항 가능성”


어린이날 연휴를 이틀 앞둔 3일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 등 이용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비와 함께 돌풍이 불고 천둥·번개까지 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날 황금연휴를 맞아 축제나 각종 행사가 예정돼 있어 비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부터 충남 서해안·전라 서해안·제주도에, 5일부터 남해안과 경상 동해안에 초속 20m에 이르는 태풍급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도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분다. 또, 4~6일 동안 파도가 높게 일면서 전 해상에 풍랑 특보가 해안과 도서 지역에는 강풍 특보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항공사들은 “기상 악화로 제주 등 일부 항공편의 비정상 운항이 예상된다”며 “해당 공항의 이용 고객은 운항 정보를 미리 확인해달라”고 안내했다. 박 예보분석관은 “해상과 육상, 항공 교통까지 모두 불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강한 남풍이 불어 들기 때문에 제주 공항에서는 지연이나 결항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사전에 운항 정보를 반드시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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