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선택해준 대로 하루를 살아보았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규리 기자]
요즘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챗GPT. 챗GPT는 Open 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대화를 함께 나누는 서비스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 작곡, 코딩 등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 챗GPT는 창작 활동에 더해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움, 빠른 검색과 정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험과 과제에서 부정행위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등의 단점이 존재한다. 챗GPT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챗GPT에 관한 논쟁을 살펴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상은 많은 고민과 선택의 연속인데, 이것마저도 AI가 해결해 주거나, 대신 결정해 줄 수 있을까?'
어릴 적에 본 영화나 영상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등을 골라주었다. 그래서 평소에 무엇을 고를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내가 직접 시험해 봤다. 4월 27일 하루 동안 생기는 모든 선택의 갈림길에서 챗GPT에게 질문하고, 챗GPT가 골라준 대로 생활해 봤다.
"나 이제 학교 가야 하는데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총 2개 있거든? 뭘 타는 것이 좋을까? 첫 번째 버스는 버스를 타는 시간이 길지만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짧아. 두 번째 버스는 타는 시간이 길진 않지만, 지하철 타는 시간이 길어."
약 왕복 4시간 통학러인 나에게 학교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약 70분에 걸쳐 버스를 타고 난 후에 지하철 8분을 타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약 50분 동안 버스를 타고 난 후에 약 25분 동안 지하철을 타는 방법이다.
"만약 첫 번째 버스와 두 번째 버스를 모두 이용해 본 적이 있다면, 버스를 타는 시간이 긴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래 타는 버스에서는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공부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두 번째 버스와 달리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에서는 더욱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나의 질문에 대해 챗GPT는 이와 같은 답변을 하며 첫 번째 방법을 추천했다. 오늘의 두 번째 고민. '점심 메뉴인 마라탕에 소고기를 넣을 것인지 말지'이다. 챗GPT는 한 번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마라탕에 소고기를 추가하면 더 맛있는 마라탕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금액이 추가된다는 단점을 제시하며 나의 재정 상태에 따라 고를 것을 추천했다.
챗GPT의 대답이 명확한 선택을 제시하지 않아서 "너가 선택해 줘"라는 재질문을 했다. "만약 예산이 허락된다면 소고기를 추가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소고기의 짭짤한 맛과 식감이 마라탕의 특별한 매운맛과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스티에 커피 샷 추가한 음료를 마실까? 아니면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대학생의 하루에 커피는 절대 빠질 수 없다. 이 질문에는 챗GPT의 선택을 받아낼 수 없었다.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하면 커피와 차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고, 카페인 함량이 더 높아져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순수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답변 후에도 두세 번 더 골라달라는 요구를 했음에도, '~한다면'이라는 표현으로 조건을 달며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고를 것을 권장했다.
이 질문들 외에도 '학교 끝나고 산책할까? 말까?', '오늘 엄마 집밥을 먹을까? 아니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까?', '귀찮은데 오늘 씻을까? 그런데 오늘 안 씻으면 내일이 귀찮아질 거야' 등 정말 모든 고민을 챗GPT에게 맡겼다.
챗GPT의 답변을 모아봤을 때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종적인 결정은 사용자가 할 것을 명확하게 얘기했다. 자판기처럼 누르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챗GPT는 한 번에 명확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았다. 매번 두 선택사항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려주며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것을 권했다.
'인간 대신 AI가 결정을 내려주는 것'에 대해 챗GPT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너는 AI가 사람의 선택을 결정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
"AI는 인간의 선택과 고민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모델은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맥락, 상황, 가치 등 인간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능력은 제한적입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결정을 보조하는 도구로써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결정의 최종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습니다."
챗GPT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결정권이 인간에게 있을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챗GPT가 인간 대신 선택하게 되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챗GPT, 자신에게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좋지 않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회피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의 이유를 개개인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1인 1 AI, 즉 한 사람이 한 AI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어도 각각의 기분과 상태를 챗GPT가 알 수 없다.
그러기에 챗GPT는 정보들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길을 제시만 해줄 뿐 최종 결정권은 인간에게 있다. 그리고 챗GPT의 답변에 미루어봤을 때, 챗GPT가 내려준 결정을 따르는 것은 인간이 그 결정에 동의했다는 의미가 들어있지만, 그럼에도 챗GPT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렇게 챗GPT가 내려준 결정에 따라서 하루를 살아봤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아닌 남이 선택해 준 대로 행동하는 것은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줘서 편리했지만, 이날 단 하루 동안이었음에도 나도 모르게 챗GPT에 의존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점점 편리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과연 편리함만 따라가는 것이 과연 옳을까? 사용하는 당장은 편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공지능에게로의 의존은 인간의 퇴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면 인공지능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어쩌면 어릴 적 우리가 한 번쯤 상상했던 대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 또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으로는 아니어도 AI가 자동으로 개개인의 실시간 건강 상태, 기분, 선호도 등을 모두 파악해 놓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에는 정말 AI가 인간의 판단 영역까지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챗GPT를 둘러싼 논쟁들 중 하나인 '챗GPT가 대신 대학 시험과 과제를 해준다'에서도 위와 같은 우려를 발견할 수 있다. 시험과 과제를 전적으로 챗GPT에게 맡기다 보면 인간의 창의력과 학습 능력은 발전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챗GPT가 직접 말한 것처럼, 챗GPT를 맹신하기보다 '보조적인 수단'으로서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챗GPT 사용자들은 주기적으로 자신이 챗GPT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온가족 뛰어들어 월수 2천만원... 우리가 버는 돈은 특별합니다
- 홍준표 시장에게 왜곡보도 했다고 저격당한 기자입니다
- "무식한 삼류 바보들..." 지금의 윤 정부에 딱입니다
- 누가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모독하는가
- 건설노동자 분신에 국제사회 "윤 대통령, 히틀러·두테르테 급"
- 5월 부산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 범어사 옆으로 가세요
- "독도 방문에 일본 정부 허락 필요? 윤 정부의 비겁한 침묵"
- 도심 미군사격장 논란에 창원시 "1970년대부터 있었다"
- "과학으로 포장한 공포 마케팅, 속지 말고 팩트체크하세요"
- [오마이포토2023] 건설노조 탄압 규탄하는 국제건설목공노련 대표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