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성+인물' 논란... 직접 한번 봤습니다

이정희 2023. 5. 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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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성+인물>

넷플릭스 <성+인물>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정희 기자]

 넷플릭스 <성+인물>
ⓒ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우선 '신작'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게 된다. 김희애의 정치 스릴러도 있고, 일본 소설 원작의 김서형 작품도 예고되는 가운데, 눈길을 끈 건 신동엽과 성시경의 <성+인물>이었다.

'성진국'이라는 일본에 가서 날것 그대로의 '성담론'을 펼치겠다고? 예고편만으로도 어질어질했다. 나이가 많다고, 성에 대한 지식이 많은 건 아니니까(?). 그런데, 넷플릭스에 <성+인물>이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동엽이 오랫동안 진행해 온 <동물농장>에서 하차하라는 요구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애초에 18금을 내걸고 한 프로그램 MC를 봤다고 해서 뜬금없이 <동물농장> 하차라니, 이 개연성없는 기승전결이라니. 덕분에 <성+인물>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하차 해프닝은 꽤나 효과적인 노이즈 마케팅이 된 셈인가.

2023년판 <마녀사냥>?... <성+인물>을 보는 시선
 
 넷플릭스 <성+인물>
ⓒ 넷플릭스
 
2013년 신동엽은 이번에 함께 일본에 간 성시경, 허지웅 등과 함께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때도 날것 그대로의 연애 담론을 펼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연애 상담 프로그램이었다. 여전히 TV에 등장하는 연애사라 하면 여자, 남자가 손잡고 뽀뽀하는 수준이었는데 프로그램에서는 대놓고 '낮저밤이' 등의 용어들이 난무하니 난리가 났었다.

이른바 '현실 연애'의 솔직한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난 것이다. 아이들과 보면서 '현실 연애'에 대한 허들을 자연스레 넘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진솔하게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성+인물>은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한 게 처음일까? 사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내로라하는 잡지들마다 성과 관련된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칼럼이 있고, 전문적으로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만 쓰는 블로그에, 유튜브는 오죽할까? 이미 그런 것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성+인물>이 화제의 중심에 오른 건 신동엽과 성시경이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MC들이 나서고, 그 일을 하는 이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적 소신을 펼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성+인물> 일본 편은 우리나라와 달리 성과 관련된 산업이 공공연하게 사회의 한 영역으로 인정되고 있는 일본을 방문해 촬영한 내용이다. 신동엽과 성시경은 갖가지 섹스 토이들을 파는 상점이라기엔 어마어마한 마켓과 호텔과 경쟁하는 AV 비디오샵을 방문한다. 그리고 이어서, 일본에서 활동 중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다는 AV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인기 절정의 호스트들을 만나는 등 일본의 성산업을 두루 살핀다. 
 
 넷플릭스 <성+인물>
ⓒ 넷플릭스
 
<마녀사냥>에서도 그랬듯이 신동엽과 성시경은 그들의 오랜 방송 내공으로, 본능과 보도의 선을 절묘하게 타면서 인터뷰를 해간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막연하게 방송에서 '야하다'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랑, 실제 '물건'을 들고 제스처를 한다든가, 배우들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전달에 있어 뉘앙스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신동엽과 성시경이라는 절묘한 조합이 위태로운 외다리를 무사히 건너가지 않았나 싶은데 물론 그건 보는 이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듯하다. 

신동엽이라는 인물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MC라서 애꿏게 집중 포화를 맞고 있지만, 프로그램으로 보자면 제작진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실을 전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프로그램 속 AV 여배우의 입을 빌어, 인간이 가지는 욕구 중 엄연히 실존하는 욕구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해 '선비'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드러나는 건 '선비'인데, 그 속은 그렇지 않으니 갖가지 부작용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성+인물>이 말하는 것
 
 넷플릭스 <성+인물>
ⓒ 넷플릭스
 
가르치는 학생이 수업 중 물어왔다. 자기네 반에서 한 아이가 이른바 '음담패설'을 하는데 그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시간만 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반 아이들 반응이 열렬하다는 것이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다. 아마도 그 아이는 자기만의 '루트'를 통해 그런 지식(?)을 쌓았을 것이고, 그걸 반 아이들 앞에 자랑스레 내가 너희들보다 많이 안다고 자랑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아이가 지식을 쌓은 루트가 정확치 않다는 데 있다. 지인 중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시는 선생님 역시 이에 공감하신다. 성교육을 하러 들어가면 학생들의 질문이 어른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의 <마녀사냥>은 저리 가라란다. 그 선생님 역시 이전의 '도덕 교과서'식 성교육을 넘어, 보다 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예전 우리 아이들 학교 다닐 적에 구성애씨가 와서,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서 쓰레기통에서 휴지 뭉치가 발견되면 슬그머니 아이들 방에 좋은 티슈 상자를 가져다 놓으라 하셨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가 청소년기에 들어선 엄마에게 이 얘기를 전했더니 질색한다. 어쩌면 우리의 성담론은 여전히 그 질색하는 엄마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 <성+인물>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신동엽이 <동물농장>을 하차하라는 여론을 보면서 굳이 넷플릭스에 돈을 주고 들어가, 18금이라는 그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성의의 진의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인 인간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동물농장> MC는 안 된다는 논리는 또 뭔지? 

아마도 <성+인물>에서 논란이 되는 포인트는 AV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달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인데, 거기서 어떻게 해야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어 '치훈이'라는 별명까지 가졌다는 사실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공연한 부분으로 존재한다는 이들인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섹스기구를 파는 회사를 일으킨 사장의 주장이 주목할 만했다. 성은 곧 '외설'이라 치부했던 세간의 인식을 '성'은 일상의 일부분이라고 바꾸고 싶었다는 그 말은 그의 입을 빌린 제작진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성+인물>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옳고 그름의 잣대이다. 그런데 그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대기 위해서라도 뭐가 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냥 그런 게 있구나 하면 되는 게 아닐까? 18금이라도 그런 걸 대놓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건 마치 예전 화장실은 더러우니 집 밖에 멀리멀리 두어야 한다는 마인드와 같지 않을까. <성+인물>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모를까? 굳이 <성+인물>이 아니더라도 넷플릭스만 해도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야한 게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성+인물>에 들어가 AV 배우들의 자부심 넘치는 인터뷰를 봤다고 새삼스레 그걸 찾아보게 되지는 않던데, 그건 말 그대로 '개취'이다. 

2019년 수잔 서랜든이 주연한 영화 <완벽한 하루>는 존엄사를 선택한 엄마와 세상에서 가장 뜻깊은 하루를 보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엄마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나누어 주는데, 그중 큰 딸에게 선물한 '딜도'가 있었다. 이 영화가 화제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요즘 같았으면 개봉 반대가 있었으려나, 조금 더 넉넉한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세월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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