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빅테크에 가짜뉴스 방지의무 법제화…구글, 공개 반발
브라질의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부가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Big Tech) 기업들에게 소셜미디어(SNS)상의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지우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구글이 공개 반박에 나섰다. 구글이 검색창 첫화면에 이례적으로 반박 링크를 걸고 이에 브라질 정부가 재차 구글 때리기에 나서면서 양측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여당은 ‘가짜뉴스 방지 의무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SNS 플랫폼 기업들로 하여금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허위 정보, 극단주의 콘텐트를 걸러 내고 이를 삭제할 의무를 부과한 게 핵심이다. 일반 게시물 뿐 아니라 광고 등 유료 콘텐트에 대한 법적 책임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민주주의, 테러리즘,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관련한 게시물에는 ‘불법 콘텐트’라는 표시를 해야 하고, 이들이 유포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여된다.
문제는 법안이 규정한 불법 콘텐트의 경계가 모호해 SNS 기업들에게 지나친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단 점이다. 이와 관련 구글은 지난 1일 자사 홈페이지 화면에 “가짜뉴스법은 당신의 인터넷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박 링크를 걸었다. 구글 검색창 바로 아래 포르투갈어로 안내된 링크를 클릭하면, 브라질이 추진 중인 법안의 문제점을 거론한 블로그로 연결됐다.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구글이 검색창 외의 게시물을 메인 화면에 노출시킨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자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법무부 장관은 해당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구글의 행동은 입법 공론화 참여의 통상적인 관행을 넘어섰다. 이번 구글의 조치가 기업의 남용 사례에 해당하는지 법무부 산하 국가소비자청에 조사 개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구글이 이 입장문을 광고로 분류하거나, 새 법안에 대해 비판글과 동등한 분량의 긍정적 측면을 게시하지 않으면 시간당 최대 20만 달러(약 2억 6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달라”고 연방 대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구글의 첫 화면에서 해당 링크는 삭제됐다.
FT는 “이번 일은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과 언론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 브라질의 보수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온 가짜뉴스법에 대한 일련의 반응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룰라 정부는 지난 1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건 이후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사기가 일어났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더해 최근 브라질 남부의 한 어린이집에 괴한이 침입해 어린이 4명을 도끼로 살해한 사건에서도 SNS의 증오 콘텐트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온라인의 가짜정보 파급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가짜뉴스 방지법’이 급물살을 탔다. 2020년 3월에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3년 간 진전이 없다가 최근 긴급 승인으로 하원에 상정됐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의 총책임자인 지누 장관이 ‘칼잡이’로 나서 SNS 플랫폼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지누 장관은 혐오 발언이나 암살 암시와 같은 극단적 콘텐트를 거르기 위해 어떤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SNS 기업들에게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텔레그램이 이에 응하지 않자 “행정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거나 브라질에서 접속을 차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 브라질의 홍보 책임자인 마르셀로 라세르다는 이달 초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성급한 입법은 인터넷의 작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정당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험에 빠뜨리는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네머 미 버지니아대 미디어학 조교수는 FT에 “구글은 브라질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다른 나라들이 이를 뒤따를 것을 우려해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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