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갑 티슈 용도는 우리와 조금 다릅니다 [한 지붕 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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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어디서든 사용했다. 식탁 위에 버젓이 올려 놓고 그걸로 입을 닦았고, 식당에서도 흔히 제공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외국인들이 경악하던 시절이 있었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에도 여전히 두루마리 화장지가 걸려있는 분식집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식탁에서의 사용이 현격히 줄었다. 그것을 상에 올리면 화장실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일반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상 위에 두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 저렴하고 양이 많은 이 휴지는 환경오염의 죄책감을 상당히 덜어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걸 포기하기 힘들다.
이 두루마리 휴지가 처음부터 불편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두루마리니까, 그저 둘둘 말린 휴지라는 뜻이고, 더럽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두루마리 화장지용 케이스까지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쇼핑몰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거실이나 책상 위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식탁 위의 갑 티슈 |
ⓒ 김정아 |
그러면, 이거 말고 갑 티슈는 어떨까? 이거는 화장실에서 쓰는 게 아니니까 식탁에 올려도 될까? 한국에서는 문제없이 사용되지만, 서양에 거주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 휴지 역시 우아한 휴지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일반적으로 거실이나 식탁에 진열하지 않는다.
즉, 필요할 때 사용을 하긴 하지만, 눈에 띄는 곳에는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키가 큰 우리 남편은 냉장고 위에 둔다. 처음에는 너무 이상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원래 모든 캐나다 가정에서 저기에 두냐고 물었더니, 껄껄 웃으면서, 그냥 자기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늘 거기에 두셔서 자기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누이네 갔을 때에도 냉장고 위에 있었던 것 같다.
▲ 침대 옆 탁자에 놓여있는 갑 티슈, 내가 한국에서 만들었던 케이스를 씌웠다 |
ⓒ 김정아 |
그러면 식탁이나 거실에서는 무엇을 쓸까? 냅킨을 사용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냅킨은 종이 냅킨이지만,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냅킨(napkin) 또는 서비엣(serviette)이라고 부르면, 천으로 된 것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종이로 된 것도 있지만, 그럴 경우는 종이냅킨(papaer napkin)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보통이다.
▲ 냅킨 링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냥 접기도 하는데, 정식 상차림에는 헝겊 냅킨이 놓인다. |
ⓒ 김정아 |
사실 우리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종이 냅킨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조금 묻은 것을 닦는데 뭘 이렇게 거창하고 커다란 휴지를 쓰는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옛날에 미국 살 때, 냅킨을 작게 잘라서 식탁에 두었던 기억도 있다.
거실에서 티타임을 갖거나 할 때에도, 격식을 차리자면 작은 헝겊 냅킨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종이 냅킨을 쓴다. 티타임용 종이냅킨은 정사각 모양으로 접혀 있고, 디너냅킨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이다. 이 상황에서도 역시 갑 티슈는 쓰지 않는다.
갑 티슈보다 냅킨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 천의 목적이 무릎을 덮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식사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먹을 때 식탁을 향해서 몸을 뻗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먹게 되는 한식과 달리,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얼굴을 마주 보며 먹는 것이 예의이다.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무릎에 음식을 흘릴 일도 생길 수 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냅킨을 무릎에 덮는 것이다. 따라서 큼직한 냅킨이 유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양식당에 가도 냅킨을 한쪽에 밀어 두고 먹기 쉬운데, 그 냅킨은 사실 무릎을 덮으라고 갖다 준 것이다.
이렇게 냅킨이 그들에게 친숙하다 보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간식용 접시 대신에도 종이 냅킨을 흔히 사용한다. 종이 냅킨을 펼쳐서 과자나 견과류를 거기에 얹어주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이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식탁 위에 늘 그 냅킨이 있으니, 아마 접시 가지러 가기 귀찮은 엄마들이 하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갑 티슈를 뽑아서 음식을 얹지는 않는다.
식탁에서 갑 티슈를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은 아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저 캐나다와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문화의 차이이므로, 외국에 살면서 외국인 손님을 초대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정도이다.
실제로 나는 한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갔을 때, 식탁 위에 놓인 갑 티슈를 보며, 남편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뜨는 것을 보았다. 물론, 예의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거나 묻지는 않지만, 저걸 왜 저기에 둘까 하는 마음이 들 테고, 그걸로 입을 닦으라고 내놓았다고 해도 어쩐지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문화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일 뿐이지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또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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