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2도]빅이슈 판매는 인연을 이어가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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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에서 손범수(정승길)와 김인선(이현우)는 노숙인 축구 선수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복수 지자체는 지금도 기초 생활 수급자, 쪽방 주민, 주민등록증 미소지자, 외국인 노숙인 등을 무료 급식에서 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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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이 전하는 해법에 공감
영화 '드림'에서 손범수(정승길)와 김인선(이현우)는 노숙인 축구 선수다. 길거리, 지하철역 등에서 잡지를 팔아 생계를 꾸린다. "빅이슈! 3000원! 노숙자를 위한 잡지! 빅이슈!"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 잡지다. 홈리스에게만 판매 권한을 부여해 자립을 돕는다. 자조, 사회적 거래, 비즈니스 솔루션 등 다양한 기회를 창출해 빈곤 극복을 꾀한다.
빅이슈 판매원은 정해진 장소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고충은 홈리스(Homeless)란 사실을 인정하고 팔아야 하는 부끄러움이다. 빅이슈 판매원으로 활동한 임상철 씨는 저서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에 "오래 하다 보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만성이 될 듯도 한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들의 시선에도 부담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홈리스란 단어를 거부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더 나락으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호객하는 건 낯이 두꺼워서도, 자존심이 없어서도, 창피를 몰라서도 아니다. 힘겨운 홈리스 삶에서 희망을 찾기 위함이다. "추구하는 삶과 좌절하는 삶 사이에서 과거의 불행을 밑거름으로 삼지 못하고 망각해버리는 인생이 될까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나갈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새 출발을 촉진하는 공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노숙인에 관한 규정부터 ▲상당한 기간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한정됐다. 고시원·여관·여인숙 등의 장기거주자나 PC방·만화방·찜질방 등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 거주자 등이 미포함됐다. 현상적으로 드러난 노숙인만 정책 대상으로 지정된 셈이다.
복수 지자체는 지금도 기초 생활 수급자, 쪽방 주민, 주민등록증 미소지자, 외국인 노숙인 등을 무료 급식에서 배제한다. 노숙 이력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카드를 발행한다.
의료 서비스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의료 급여를 받으려면 노숙 3개월, 국민건강보험 미납 6개월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노숙인 자활·보호 시설까지 가입해야 1종 수급을 신청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903명이던 1종 수급자는 2021년 271명으로 감소했다. 대다수가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아파도 병원을 갈 엄두를 못 낸다. 1종 수급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공의료 기관이 감염병 전담 기관으로 전환돼 한동안 의료공백을 겪었다.
'드림'은 이들을 보호하고 살아갈 길을 열 해법으로 인식 전환을 가리킨다. 황인국(허준석) 축구단 단장이 후원을 끊은 지자체 공무원을 설득하는 신이 대표적 예다. "사실 노숙인 하면, 냄새나고 더럽고 이런 이미지가 강해서…." "그러면 비공개 기부 형식으로라도…." "저희가 그런 일을 왜 합니까?" "냄새나고 더러운 분들은 극히 일부예요. 그런 일을 왜 하냐고요? 해야죠. 누구나 살면서 이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보장 있습니까?"
노숙인 대다수는 개인 일탈이나 부적응과 관련이 없다. 적자생존이란 자본주의 구조에 희생됐을 뿐이다. 이해하고 감싸야 하나로 줄 맺힐 수 있다. 한쪽은 이미 준비가 된 듯하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또 다른 이유가 인연을 이어가려는 의지일 테니.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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