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아이유의 노숙인 축구단 관찰기 "내가 점점 작아졌어요"
냉정해 보이면서도 유쾌한 이미지
보여지는 웃음을 통한 감정 변화로
자아성철·세상 바꿀 수 있는 의지 보여줘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은 노숙인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는 내용이다. 저마다 사연을 들려주고, 축구로 어우러져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가리킨다. 배우 아이유는 그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이소민을 연기했다. 선수들을 직접 발탁하고, 이들이 도전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되나 기능적 배역이다. 입체감을 부여받다가 중반부부터 소외당한다. 무게중심이 노숙인 선수들로 이동해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아이유 스스로 "풀샷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특유 개성과 매력은 전반부에 쏠려 있다. 억지로 홈리스 선수단 감독을 맡은 윤홍대(박서준)가 "뭐야, 너 정체가 뭐야?"라고 묻자 자조적 웃음을 터뜨린다. "정체? 정체 따위….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인생이 정체된 인간이다, 됐어?"
이소민은 처지를 깍듯이 유지하면서도 얼굴에 감도는 냉소를 숨기지 않는다. 손윗사람이라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기탄없이 지적한다. "쇼? 끝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멋있지? 그런데 쇼하고 자빠지잖아? 그거는 우스운 거야. 자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 말을 들어야 손실을 줄이겠지."
아이유는 속사포 쏘듯 내뱉는 말로 이소민의 쌀쌀한 성격을 표현하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코미디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진부해지기 쉬운 스포츠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주어진 분량과 밀도가 부족해 오래 유지하진 못한다. 아이유는 "이소민을 조명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개의치 않아요"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비중이 점점 작아지더라고요. 노숙인 선수들의 팀워크가 빛나야 하는 영화니까 당연해요. 이소민이 아예 다뤄지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노숙인들을 한데 모으고 훈련하는 과정을 촬영하면서 분명 변화하는 부분이 있어요.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성과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마음이다. 이소민은 꿈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생각할 정도로 성공에 목말라 있었다. "나 무서운 꿈 꿨어. 내 다큐멘터리 시청률이 막 치고 올라가는데, 내가 그 치솟는 그래프를 떼다가 팀장님 귀싸대기를 올려버린 거죠. 아, 근데! 난 좋은 꿈을 꾸면 기어코 재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마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지."
그는 노숙인 선수들의 분투를 관찰하면서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난다. 인류가 오랫동안 지탱해온 기반인 상부상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영화에서 면밀하게 다뤄지진 않는다. 다른 배역들이 생각을 고쳐먹는 전환점에서 온전히 아이유의 연기에 맡겨진다.
아이유는 이런 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없다. 매번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다. 배역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풀어낼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다. '드림'에서는 정반대다. 전반부에 능청스러운 얼굴로 코미디에 집중해서 갑작스레 진지한 톤을 잡기도 애매하다. 다큐멘터리 대상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거나 진실성을 확보하는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아이유는 작은 변화에 주안점을 둔다. 예컨대 전반부와 후반부 윤홍대에게 보이는 웃음에 미묘한 차이를 준다. 전자는 사업 관계 이상으로 발전할 뜻이 없다는 가식과 거짓의 신호다. 아이유는 "표정은 그대로 두고 입만 웃었어요"라고 말했다.
"초반부에는 눈으로 웃지 않았어요. 중반부부터 서서히 눈 근육을 움직이기 시작했죠. 후반부에는 글썽이기까지 했고요. 나타나는 시간은 찰나지만 이소민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봤어요. 웃음만큼 코미디에 어울리면서 뚜렷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표현도 없으니까요."
자기 얼굴을 발견하는 과정은 곧 자아 성찰이다. 이소민은 노숙인 선수들의 열정에서 그 열쇠를 찾는다. 운동장을 함께 뛰진 않으나 열심히 관찰해 기적을 함께한 증인이 된다. 아이유가 '드림'이라는 긴 여정에 참여한 이유다. 해맑은 웃음과 애정 어린 관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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