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조원' 임금체불 뿌리뽑는다…"상습체불시 은행 통보"
1조3500억원. 작년 한 해 전국 사업주들이 24만 근로자들에게서 떼먹은 체불 임금이다. 계속되는 단속에도 매년 체불 피해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상습적인 임금 체불 사업주를 신용정보기관에 통보하는 등의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임금은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는 생명줄과 같다”며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당정 협의회에서도 논의됐다.
매년 1조원 이상…80%는 반복 체불된 임금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 규모는 1조3500억원으로, 피해 근로자는 약 24만명에 달했다. 특히 2회 이상 체불이 반복되는 상습 사업장이 전체 30%이며, 이들이 체불한 액수는 전체의 80% 수준이었다.
하지만 단속 실효성이 미미했다. 형사처벌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고, 그마저도 대부분 체불액보다 낮아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고 금액이 많은 경우엔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을 제재하지만, 그 대상이 많지 않았다.
상습체불 기준 확대…강제수사도 강화
우선 정부는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1년간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체불하고 총액이 300만원 이상인 사업주는 ‘상습체불’로 보고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신용제재·정부지원 제한 등을 가하기로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체 체불액의 60%인 8000억원, 약 7600개소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 청산 의지가 없는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가 실제 제재 대상이 된다.
제재 대상이 되면 1년간 국가나 지자체 지원사업이나 보조가 제한되고, 공공 입찰 시 감점 등 불이익을 받는다. 또한 신용정보기관에 임금체불자로 통보돼 대출이나 이자율 심사, 신용카드 발급 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단, 융자제도 활용 등 구체적인 청산계획을 제출하면 객관적인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청산 의지가 있다’고 판단해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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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의지’만 있다면 적극 융자 지원
다만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체불이 발생한 경우엔 청산을 돕는 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체불임금 청산 지원을 위한 융자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급 한도 및 융자사유 등 요건이 까다로워 활용이 저조했다. 이에 체불 사유 요건을 폐지하고, 사업 기간 및 규모를 ‘1년 이상 운영·300인 이하’에서 ‘6개월 이상 운영·전 사업장’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지급 한도도 사업주별 1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하고, 상환 기간도 최대 2배 연장한다.
대지급금 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대지급금은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근로자에게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지만, 회수율이 낮고 미변제에 따른 제재가 미흡하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곤 했다. 이에 고액채무 및 반복수급 사업장에 대해선 집중 관리하고, 5년 이상의 장기 미회수 채권에 대해선 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해 회수에 힘쓰기로 했다.
임금명세서 고도화…“내 임금 바로 확인”
2021년부터 교부가 의무화된 임금명세서 관련 프로그램도 고도화한다. 지금은 기초적인 단계의 임금명세서 작성 프로그램만 보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업주가 근로자별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면 근로시간과 임금, 각종 수당 등이 자동 계산되도록 고도화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자신의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가산수당은 제대로 계산됐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장관은 “임금체불 없는 사회는 일한 만큼 보상받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지향점이며 노동시장 약자 보호라는 노동개혁의 초석”이라며“현행 법령이나 예산 등 인프라 내에서 임금체불 기획 감독, 집중청산기간 운영 등 즉시 추진이 가능한 과제들은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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