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2인방, '수입차협회 회장 잔혹사' 끝낼까
14대 르네 코네베아그 회장 유럽 총괄 '영전'
15대 틸 셰어 회장까지 긍정 사례 이어갈지 관심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사장이 국내 수입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을 맡은 지 1년하고도 2개월째를 맞는다. 내년 2월까지 예정된 2년의 임기 중 절반 이상을 ‘무사히’ 보낸 셈이다.
틸 회장의 정상적인 임기 수행은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역대 수입차협회 회장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잔혹사’를 겪은 이후 연이어 회장을 맡은 폭스바겐 소속 인사들에 의해 협회가 안정화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5~6대 수입차협회장인 송승철 전 한불모터스 회장을 비롯, 7~8대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9~11대 정재희 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사장, 12대 정우영 혼다코리아 회장, 13대 파블로 로쏘 전 FCA 코리아 사장 등 역대 회장들이 지난 2~3년 사이 본사와의 갈등이나 불미스러운 사태로 업계를 떠났다.
2004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4년간 수입차협회를 이끌었던 송승철 전 회장은 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푸조와 시트로엥 DS 등 프랑스 브랜드의 국내 공식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를 운영하며 수입차 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지난해 초 강제적으로 업계를 떠나게 됐다.
해외에서 이뤄진 FCA(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PSA(푸조시트로엥)의 합병 여파가 한불모터스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합병회사의 후신인 스텔란티스가 한불모터스의 푸조·시트로엥·DS 임포터 계약 종료를 통보하며 수입차 업체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졌다. 해당 브랜드의 임포터 역할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이어받았다.
송 전 회장에 이어 2008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수입차 협회를 이끈 이는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었다. 그는 협회 회장직을 마치고 1년여 뒤 폭스바겐코리아를 떠나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자동차)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사장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2017년 10월 회사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는 자동차 업계에서 성공 사례를 쓰고 명예롭게 은퇴한 샐러리맨이라는 이력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시절의 경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폭스바겐의 배출 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및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수사를 받다 2020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후 2021년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고, 2022년 대법 판결에서 형이 확정돼 구속은 면했으나, 그에게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수입차 업체 한국법인의 한국인 사장으로서 수입차협회를 이끌던 상징적 인물들도 2020년 업계를 떠났다.
2012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연임을 통해 역대 수입차협회 회장 중 가장 긴 6년간 재임했던 정재희 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사장은 2020년 2월 포드 본사에서 파견한 데이비드 제프리 현 사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은퇴했다.
정 전 사장의 은퇴 과정에서 공식적으로는 잡음이 없었지만, 은퇴 직전 포드 본사에 정 전 사장과 일부 임직원의 업무 비리와 관련된 투서가 접수되면서 직무 정지 명령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뒤끝은 개운치 않았다.
2018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수입차협회 회장을 맡았던 정우영 전 혼다코리아 회장도 정재희 회장과 같은 해 업계를 떠나게 됐다. 정 전 회장은 19년간 혼다코리아 대표로 재임하며 혼다의 자동차와 오토바이 브랜드를 한국 수입차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혼다코리아 지분 5%까지 보유해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른바 ‘노 재팬’ 사태로 혼다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정 전 회장의 입지도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후배인 이지홍 현 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한 정 전 회장은 보유 지분 5%까지 혼다코리아에 매각했다.
2020년 4월에는 수입차협회 최초의 외국인 회장인 파블로 로쏘 전 FCA코리아(현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이 취임했다. 과거 한국인 회장 체제와는 다른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의 존재는 수입차협회로서는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게 됐다.
로쏘 전 사장이 2020년 7월 내부 직원을 성희롱하고 폭언·폭행했다는 의혹으로 당시 FCA코리아 사장 자리에서 해임된 것이다. 수입차협회 역시 로쏘 전 사장의 회장 직무를 정지했으나 현재까지 협회 홈페이지에는 그가 13대 회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같은 역대 수입차협회 회장들의 잔혹사는 14대 회장인 르네 코네베아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그룹 총괄사장 대에서 급반전된다. 2020년 10월부터 수입차협회 회장을 맡은 그는 단 1년 만인 2021년 9월 협회 회장직을 내려놓고 한국을 떠났다.
불미스런 일 때문이 아니다.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던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한국 사업을 정상화시킨 공로로 유럽 지역 16개 시장을 총괄하는 자리로 ‘영전’한 것이다.
그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가 15대 수입차협회 회장인 틸 셰어 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사장이다. 틸 회장까지 순조롭게 임기를 마친다면 폭스바겐 출신 2명의 회장이 ‘수입차협회 잔혹사’를 완전히 종식시킨 역사를 남길 수 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지난 2~3년 사이에 역대 수입차협회 회장들과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이 많이 들렸다”면서 “다행히 14대 르네 코네베아그 회장이 잘 돼서 나간 케이스가 됐고, 15대 틸 셰어 회장도 좋은 케이스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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