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의 습격…통신사 수익 악화 리스크로 급부상

남궁경 2023. 5. 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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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영업 실적 악영향 끼칠 수 있어"
통신사 알뜰폰 번호 이동건수 증가 추세
정부 도매대가 인하 방침 추진 우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통신사 대리점. ⓒ뉴시스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동통신사업자의 새로운 경영 리스크(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싼 5세대 이동통신(5G)요금제를 버리고 값싼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찾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5G 도매대가 인하 추진 방침이 수익 악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3일 SK텔레콤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난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투자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알뜰폰을 지목했다. 금융 기관 계열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수익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MVNO에 대해 "망 대역폭 용량 중 일부를 MVNO에게 임대하게 되면 수익창출 극대화를 위한 대역폭 활용 여력이 감소할 수 있는 한편, MVNO는 사업기회가 생기고 시장진입장벽과 비용이 낮아짐으로써 그 수익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당사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적었다. SK텔레콤은 현재 14개의 MVNO사업자에 통신망을 임대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이같은 공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국에 상장되어 있다보니(ADR), 관련 규정에 따라서 사업보고서(Form 20-F)를 매년 공시하고 있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력하게 하는 미국 주식시장 특성상, 북한관계 긴장 고조 등 극단적 경우의 투자 위험요소(Risk Factors)에 대해서까지 아주 세세하게 공시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KT 역시 알뜰폰 사업자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고 있다. KT가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알뜰폰 가입자 확대가 통신사업자 시장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KT는 통신사에서 알뜰폰 유입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과 '자급제 단말'과 '저렴한 요금제' 조합이 MZ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설명했다.


알뜰폰을 향한 통신사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최근 통신 3사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알뜰폰 사업자에 뺏겼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 통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 중 알뜰폰으로 갈아 탄 사람은 지난 4월 기준 4만625명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KT에서는 2만9990명이, LG유플러스에서는 2만6180명이 알뜰폰으로 이탈했다.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전달보다 많은 이탈자가 발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가입자가 경쟁사 대비해서 많다 보니 수치상으로는 SK텔레콤의 이탈률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체 가입자 수도 증가세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2021년 말 1000만명을 돌파한 뒤, 올해 2월 기준 1334만6083명을 넘기며 역대 최대 가입자 수를 경신했다. 시장 내 알뜰폰 점유율도 2019년 10% 수준에서 지난해 말에는 16.9%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는 5G가 상용화 된 이후 통신3사의 요금제가 비싸졌고 KB국민은행 (KB리브엠)등 자금력과 서비스 역량을 갖춘 사업자들이 진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 통신사업자들의 고민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 등의 내용이 포함된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준비하는 등 정부의 알뜰폰 시장 활성화 의지가 높기 때문이다. 앞서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G 도매대가를 신속하게 내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게 내는 일종의 수수료로 LTE는 40~50%, 5G는 60%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만약 도매대가가 낮아진다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 통신3사 알뜰폰 시장 영향력 축소 가능성도 있다. 한신평은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고객용 휴대폰 기준으로 2022년 50%를 초과했다"며 "실질적인 규제 취지를 위한 관련 조건 개정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 영향력이 축소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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