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을까 도와줄까…AI, 일자리 역습
IBM, 인사 직무 30% AI로 대체
카피라이터 등 창의성 업무 위협
업무 효율성 높이는 조력자 전망도
‘인공지능(AI)은 일자리 도둑이 될 것인가. 아니면 조력자가 될 것인가.’
최근 인간과 비교적 대화가 가능한 AI 서비스인 ‘챗 GPT’ 열풍이 불면서 AI 일자리 침공도 가시화 되고 있다. 실험적 서비스에 그쳤던 AI가 본격 산업적 활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인간을 대신할 대체재로 각광받게 됐다. 전망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AI가 인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의 일자리 침공은 벌써 시작
미국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IBM은 1일(현지시간)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채용을 중단하고 비고객 응대 직무의 30%를 자동화하겠다고 밝혔다. IBM 내에서 비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은 약 2만6000명으로, IBM의 전망대로라면 장차 78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IBM은 고용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직원들의 부서 이동 등을 담당하는 난이도가 낮은 수준의 인사직 직원들이 향후 AI에 대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
인간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직군에도 AI의 위협이 시작됐다. 중국의 최대 미디어 광고 그룹인 블루포커스는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에 대한 아웃소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들의 업무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대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카피라이터의 창의적인 문구와 디자이너들의 그림을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600만개 일자리 위협
각 기업들의 AI 활용안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은 45개국 800개 이상의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AI 기술 도입으로, 향후 5년 간 일자리 26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골드만 삭스는 WEF보다 인간의 일자리 감소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10년 뒤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3억개에 달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AI로 대체되는 일자리가 저숙련 육체노동이 아니라고 밝혔다.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던 사무와 경영, 그리고 법률은 각각 AI에 대체될 확률이 50%에 육박한 데 반해, 건물 청소와 유지 보수업무는 자동화될 확률이 5% 안팎으로 예상했다.
더 길게 보면 AI의 일자리 침공으로 인해 인간이 어떠한 노동력도 제공하지 못하는 이른바 ‘무용 계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19세기 자동차가 등장하자 퇴출됐던 말처럼 이제는 인간이 시장에서 쓸모없어질 존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근로의 효율성 높일 수도다만 AI가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조력자로서 활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가 단순한 수준의 업무를 대신해주면서 오히려 인간이 가진 역량을 더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예컨대 단순한 인사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던 IBM 측도 인력을 구성하거나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등의 고난도 인사 업무는 향후 10년간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AI가 고용문서 작성 등의 단순 업무를 맡아 처리하면 인사 담당자는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업무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성익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는 인간의 특정 업무를 대체해 다른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AI가 일자리를 모두 대체한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상호협력하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불러올 존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직업들은 AI의 기술력이 발전한다 해도 사회, 경제적 요인 때문에 오히려 인간이 업무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이전보다 더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I의 기술이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준까지 발전한다 해도 사회가 합의한 윤리와 공감 능력, 의사소통 능력까지 근시일에 갖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
조 부연구위원은 "판사들은 판결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감을 가지며 사람들은 판사의 결정을 수용한다. 반면 AI는 책임성이 부재하다는 문제가 있으며 사람들이 AI의 판결을 수용할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이해하고 책임감, 공감 능력 등을 갖춘 직업들은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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