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이냐 체력이냐, 5차전 앞둔 양팀의 딜레마

이준목 2023. 5. 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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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챔피언 결정전, 안양KGC-서울SK 5차선... 우승 결정할 분수령

[이준목 기자]

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최대의 승부처를 앞두고 있다. 안양 KGC와 서울 SK가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5차전은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역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두 팀이 4차전까지 2승2패로 맞선 경우는 총 11차례가 있었다. 여기서 9번이나 5차전을 승리한 팀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중 8번은 기세를 몰아 5-6차전을 내리 연승했다. 5차전 결과가 양팀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면 5차전을 잡고도 우승에 실패한 경우는 1997-1998시즌 부산 기아(현 울산 현대모비스)와 2001-2002시즌 SK 단 두 번 뿐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승부 예측이 어렵다. 객관적인 전력상 정규리그 우승팀 KGC가 근소한 우위에 있지만, SK가 자밀 워니- 김선형의 막강 원투펀치와 전희철 감독의 변칙적인 전술 운용을 바탕으로 선전하는 흐름이다.

5차전 승부를 좌우할 두 가지 변수는 역시 '전술과 체력'이다. 두 팀은 시리즈 내내 서로가 비장의 승부수를 꺼내어 한 방을 먹이고 나면, 다음 경기에서는 상대가 반격 카드를 들고 나와 장군멍군을 주고받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SK는 1차전에서 원투펀치 워니와 김선형의 공격 비중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예상밖의 승리를 거뒀다. 미디어에서는 전 감독의 발언을 인용하여 '몰빵농구'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단체스포츠에서 특정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책없이 에이스에게 공만 몰아준 게 아니라. 허일영 등 코너 3점슈터들을 적극 활용하여 KGC의 수비를 분산시키고, 워니와 김선형의 높은 플로터 성공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충분한 전술적 계산 하에서 운영된 몰빵농구였다.

KGC도 2차전부터 반격에 나섰다. 김상식 KGC 감독은 4년 연속 수비왕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이자 포워드인 문성곤을 김선형의 전담 수비로 붙이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SK 공격의 시작점인 김선형의 돌파를 제어하어 워니와의 2대 2 게임까지 제어한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오세근이 3차전까지 평균 20-10(득점-리바운드)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치며 SK의 수비를 흔들었다. KGC는 2, 3차전을 내리 가져가며 시리즈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에 전희철 감독은 4차전에서는 다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 이상 몰빵농구가 통하지 않자 매경기 풀타임 가깝게 소화하던 원투펀치의 출전시간을 30분 내외로 조절하고, 한동안 많이 쓰지 않았던 3-2 드롭존(지역수비) 수비 전술을 다시 들고 나왔다. 2010년대 문경은 감독과 애런 헤인즈 시절에 SK의 트레이드 마크같은 전술이었지만, 현재는 최준용과 안영준의 부재로 이전만큼 자주 쓰이지 못했다.

앞선 중앙에 있는 선수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내·외곽을 오가는게 이 전술의 핵심이다. 전 감독은 베테랑 허일영에게 이 자리를 맡겨 3-2 드롭존을 가동했다. 사실 슈터인 허일영은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며 드롭존은 지역방어의 일환인 만큼 상대 외곽슛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KGC는 이날 평소보다 많은 33개의 외곽슛을 시도하여 14개를 적중시켰고 양팀 모두 90점대를 훌쩍 다득점 농구를 펼쳤다. 4차전만 놓고보면 수비적으로는 드롭존이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SK의 드롭존 카드가 가져온 진정한 효과는, KGC에게 외곽슛 위주의 경기운영과 빠른 공수전환을 강제하며 상대의 장점은 봉인하고 SK의 페이스 대로 끌려가는 경기를 펼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SK는 워니와 김선형이 4차전에서 체력을 안배하면서도 53점을 합작했고, 최부경과 최원석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원투펀치를 지원했다.

KGC에게 외곽 슛찬스를 많이 내주기는 했지만, 대신 상대 슛이 실패하면 SK는 빠른 공격전환으로 KGC의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쉽게 득점 찬스를 만들었고 결국 상대에게 내준 실점보다 더 많은 100점을 올리며 경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 격이었다.

문제는 체력이다. 이제 양팀 모두 가진 자원 내에서 보여줄수 있는 전술적 카드는 거의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뛰어나고 정교한 전술이라고 해도 이를 코트에서 수행해야할 선수들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KGC는 4차전을 내주기는 했지만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과 대릴 먼로가 정확히 각 20분씩만 소화하며 체력을 안배했다. 지난 경기에서 37점을 합작한 렌즈 아반도와 변준형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이는 매치업상 SK로서는 워니와 김선형의 수비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용 자원에서 훨씬 우위에 있는 KGC는 김상식 감독이 꺼내들 수 있는 패가 SK보다 좀더 다양하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오세근과 김선형, 두 베테랑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오세근은 챔프 4차전까지 평균 20.5점으로 정규리그 평균득점(13.1점)을 훨씬 웃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리바운드도 10.8개나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지능적인 플레이에 능한 빅맨으로 꼽히는 오세근은 가드진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스크린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플레이도 일품이다. 김 감독은 지난 4차전에서 노장인 오세근을 무려 38분이나 중용할 만큼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규리그 MVP 김선형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무려 16.3점을 기록하며 단기전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6강 플레이오프부터 뛰어온 김선형은 KGC 선수들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크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스피드와 기술이 좋은 변준형-아반도를 따라다녀야하느라 체력 소모가 더 가중되고 있다. 최원혁과 최성원이 김선형의 공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줄지가 관건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어느 팀이 우승하느냐에 따라 오세근과 김선형은 현재까지 각 팀의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팀을 이끌고 있는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도 5차전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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