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불황 '바닥론'...하반기 반등은 '글쎄'
다만 수요 회복 부재로 인해 연내 큰 변화는 어렵다는 분위기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가격 바닥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전자의 감산 돌입에 이어 최근 마이크론이 가격 인하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반기 반등설에 다시 한번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수요 회복의 부재로 인해 연내 큰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이달부터 각 유통사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더 이상 인하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감산을 선언하고 생산량 조정에 들어가면서 가격을 더 내려 재고 처리를 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 회사가 가격 인하 중단 통보를 한 것을 두고, 반도체 불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가격 조정 요구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자율주행 등의 신규 수요처가 증가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조금씩 정상화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강자인 삼성전자 역시 올 1분기 4조5800억원의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끝내 감산행렬에 동참한 상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에 있다"며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감소 폭이 하반기에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산으로 메모리 생산량은 하향하지만 투자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앞세웠다.
앞서 SK하이닉스 역시 감산에 나선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 역시 앞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수요와 수익성에 맞는 탄력적 운영을 위해 재고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 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기업들의 적극적 감산이 공급 과잉을 해소할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 감소가 전망되고 D램 생산량도 3분기부터 20% 이상 감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확정 이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거래가는 반등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DDR4 16Gb(기가비트)2600'의 현물 가격은 3.235달러를 기록했다. 3.21달러를 기록했던 전날 대비 0.78% 상승한 것인데, DDR4 16Gb의 현물 가격이 전날과 비교해 반등한 것은 지난해 3월7일 이후 무려 13개월 만이다.
다만 실제 감산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감산 효과 자체 역시 3~6개월 후에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본격적인 감산 효과는 아무리 빨라도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당분간 눈에 띄는 추세 변동은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효과가 있는 균형 지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며 "2분기 중 D램 계약 가격이 15%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가격 인하 및 재고 여부를 떠나 수요 회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반도체의 주 공급처인 IT 완제품에 대한 소비가 여전히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세트 업체들의 메모리 채용량이 다소 증가하는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35.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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