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확 늘어난 청년 목소리…尹 “MZ 행정관도 회의 와라”
“젊은 사람이 우리보다 아는 게 적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과 수석에게 강조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기성세대가 모르고 청년세대가 아는 것이 사실 국정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당부처럼 최근 대통령실 내에서도 MZ세대 청년 행정관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청년 보좌’의 역할이 중요했다”며 “그때와 똑같다. 주요 이슈마다 청년 행정관이 배치돼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화제가 됐던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번역 작업도 MZ세대 행정관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통역을 맡고있는 김원집 사무관과 국제연합(UN) 출신으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청년 보좌역’를 맡았던 김원재 행정관이 마무리 퇴고 작업을 도왔다. 모두 30대 초반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쉬운 영어로 다듬는 과정에서 행정관이 직접 연설문을 만졌다”고 말했다.
회의의 풍경도 달라졌다. 주로 수석과 비서관만 참석하던 윤 대통령과의 회의에 행정관이 배석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행정관도 참석해 아이디어를 내라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내주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계획 중인 정책 프레젠테이션(PT)을 주도하는 것도 MZ세대 행정관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지난해 초 선거 캠프를 해산하며 내홍에 휩싸였던 당시, 청년에게 손을 내밀어 큰 도움을 받았다. 청년 실무진이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한 줄 공약을 내세웠고, 윤 대통령의 2030세대의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창의적이고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참모에게 요구한다”며 “갈수록 관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에서 청년들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1년간 국정에 참여한 청년 행정관이 목소리를 낼 ‘경험치’를 쌓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정부 부처에 청년 보좌역과 자문단이 배치돼 윤석열 정부의 청년 거버넌스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최근 청년 드라이브를 두고 일각에선 ‘총선 겨냥 행보’란 시각도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2030 세대의 지지율이 대선 만큼은 나와줘야 하는데, 여전히 20~30%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당이 이기려면 대선과 마찬가지로 세대 포위론이 작동해야 한다. 청년 없이 60대와 TK(대구·경북) 만으론 야당을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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