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韓전술핵 배치론…볼턴 “신설 NCG, 뭐가 다르냐” 비판

김형구 2023. 5.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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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대만인공공사무회(FOPA, Formosan Association for Public Affairs) 창립 40주년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ㆍ미 간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에 합의하는 ‘워싱턴선언’이 채택됐지만,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며 대표적 ‘대북 강경파’로 꼽힌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실은 ‘바이든의 어정쩡한 핵 억제 계획’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최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불행하게도 양국 공동성명을 통해 나온 워싱턴선언은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실린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고문. 볼턴 전 보좌관은 ‘바이든의 어정쩡한 핵 억제 계획’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최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워싱턴언’이 한국의 우려를 달래주기엔 미흡하다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더힐’ 홈페이지 캡처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두고 북한이나 중국에 대항해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 한국 여론은 점점 더 독자적인 핵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다”며 “워싱턴선언에 구체화한 중국과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위협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은 한국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가장 눈에 띄는 새 약속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비정기적 한국 전개를 재개할 것이란 점”이라고 평가한 뒤 “중국과 남ㆍ북한은 한ㆍ미 양국의 국익이 위협받을 때 미국이 단호하게 행동하는 결의와 의지가 부족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담은 워싱턴선언의 레토릭(수사)은 단지 말로만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러면서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론을 제안했다. 그는 “이 무기들은 미국의 단독 통제 하에서 주한 미군 및 한국 동료들의 방어를 즉각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같이 갑시다’라는 구호는 전장 핵 능력으로 뒷받침될 때 한미연합군의 오랜 슬로건 이상이 될 것이고 이는 잠수함 호출보다 더욱 피부로 느끼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전술핵 배치는 확장억제 강화, 핵 기획 논의 및 북한 확산위협 관리를 담당하는 NCG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책무가 결여된 신설 NCG가 기존 방식보다 강화됐다는 (한ㆍ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어떻게 다르냐”고 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NCG는 한ㆍ미 양국이 기존에 운영해 온 확장억제 관련 상설협의체 EDSCG를 포괄적ㆍ중층적으로 확대 강화한 형태라는 게 양국 정부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앞서 한ㆍ미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레넘 2023’ 기조연설에서도 “한ㆍ미 정부가 주저 없이 전술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론을 폈다. 지난달 24일엔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이 미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궁극적으로 핵무기 보유는 한국의 결정이고 동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해야 한다”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존 볼턴 전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한ㆍ미동맹 70년과 그 이후’를 주제로 열린 ‘2023 아산 플레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론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된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워싱턴선언에 명시된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공식 확인했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선언이 발표된 건 전례 없이 증대되는 북한의 위협 때문”이라고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2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연 ‘2024 회계연도 동아시아태평양 예산’ 청문회에서 한ㆍ미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선언 관련 질문에 “북한은 정례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협박하는 무책임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ㆍ미 양국 대통령이 워싱턴선언을 발표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두 정상은 워싱턴선언에 따라 미국이 핵 위기 시 한국과의 협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약속했고 양국이 핵과 전략 사안 계획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양자 메커니즘을 신설했다”고 NCG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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