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개편’ 정몽규 회장 “사면 사태에 사퇴 고민, 안정 위해 최우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이사진 개편 내용을 발표하며 지난 승부조작범 사면 추진 논란으로 물러날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KFA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이사진을 발표했다. 발표한 25명 중 18명은 새 얼굴들로 채워졌고, 나머지 7명은 유임됐다.
KFA는 지난 3월 28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우루과이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이 있기 전인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에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가운데 48명도 포함돼 거센 역풍이 일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KFA는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 같은 안건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재심의해 사면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KFA 이사회는 지난달 4일 정몽규 회장을 제외한 모든 부회장과 이사진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몽규 KFA 회장은 "부회장과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는 상황에서 가장 책임이 큰 나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임기가 1년 8개월 남은 상황에 협회를 안정시키고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진정한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KFA는 그동안 대표팀 출신의 경기인을 전무로 임명해 축구인들과 협회 행정의 가교 구실을 맡겨왔다. 하지만 이번 사면 사태처럼 전무 자리가 자칫 민원 창구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르자, 전무직을 없애고 비경기인 출신인 김정배 전 문화체육부 제 2차관을 상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정 회장은 김 부회장 선임 배경에 대해 “행정 전문가로 하여금 내부 조직을 추스르게 하고, 협회 행정력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장과 연계는 경기인 출신 부회장과 분과위원장들이 역할을 발휘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이 홍보 담당으로 부회장을 맡으며, 윤리위원장에 이윤남 범부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공정위원장에 소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언론 이사에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을 선임하는 등 축구계 종사자 이외에도 다양한 종사자들을 이사진에 선임했다. 특히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프로선수협의회 회장인 대구FC의 이근호, 수원FC 위민의 지소연 등 현역 선수들을 이사진에 새로 추가했다.
정 회장은 “이번 집행부 구성을 준비하며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영입해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했다”며 “선수 대표를 처음 이사진에 포함했고,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한준희 해설위원을 홍보 담당 부회장으로 모셔 협회와 팬, 언론이 소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영일, 이석재 부회장과 정해성, 마이클 뮐러, 이임생, 서동원 분과위원장, 조연상 이사 등 총 7명의 연임에 대해서는 “임명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거나,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사면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분들을 모셨고, 이사회를 좀 더 활발히 운영함으로써 비슷한 문제를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며 “이사회에서 다루게 될 안건도 미리 소위원회를 통해 한 차례 토의를 먼저 거치는 등의 절차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소통을 가장 큰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정 회장은 “앞으로 축구계 종사자에 한정되지 않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겠다. 최근 사면 논란으로 협회를 향한 많은 질타가 있었지만 앞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된 김 부회장은 “대한축구협회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런 중요한 때에 제가 동참하게 됐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문체부에 있으면서 행정을 30년 했고, 축구를 또 워낙 사랑하기 때문에 축구협회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라면서 “협회에 정비할 일이 없는지 잘 살피겠다. 내부 정비를 통해 일의 효율성이 더 커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신문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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