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규제 걷어내자 투자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산업계는 변화의 중심에 섰다. 정부는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는데 힘 썼고, 기업들은 수백조원의 투자 약속으로 정부 노력에 화답했다. 변화는 이제 시작 단계다.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끼인 한국 기업이 투자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아직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3일 산업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뼈대를 갖춘 첨단산업 육성정책이 기업 투자로 연결돼 우리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기조 하에 기업의 투자가 최상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육성정책이다.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의 투자세액 공제율이 최대 25%까지 높아졌다. 국토교통부의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 계획과 맞물려 첨단산업 관련 특화단지가 조성되고 기업들이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의 인허가에도 속도가 붙었다.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로 정부의 규제 개혁 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규모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산업 분야 민간기업이 2026년까지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550조원에 달한다. 재계 총수들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과 국내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다보스 포럼), 일본, 미국 등에서 함께 뛰었다.
산업계는 기업의 투자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투자 인센티브 범위 확대 및 규제완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통상 마찰 해결에 정부가 좀 더 힘써줄 것을 요청한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일은 아직 풀지못한 숙제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규제 개혁을 동반한 경쟁국 첨단산업 지원 전략에 밀리지 않도록 투자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국민 반대에 부딪힌 근로시간 개편, 시행 후 1년이 넘은 지금까지 법 실효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재 육성 및 확보 등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 정상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올 1월 규제지역 해제, 청약 규제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1·3 대책을 내놨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월 3000건에 육박하는 등 바닥을 기었던 거래량이 소폭 회복됐다. 미달이 속출했던 청약시장에서는 둔촌주공이 완판되며 선전했고, 서울에서 분양하는 신규단지는 청약에 흥행하는 등 분양시장도 침체 터널을 빠져나오는 양상이다.
다만 서울, 수도권에만 훈풍이 불었다는 점은 정부 대책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청약 규제 완화로 지방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집주인도 서울 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서울로 돈이 몰렸다. 매달 꾸준히 7만호를 넘어서는 미분양 물량도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잇딴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하반기에는 경기침체가 주택시장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반기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의 효과로 주택 시장이 반등세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시장 부양을 위해 정부가 더 이상 쓸 카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거나 인상 기조가 멈춰 대출금리가 하향 조정세로 전환되면 강보합이나 상승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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