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사진 구성' 정몽규 회장 "사퇴 생각했지만 수습이 소임이라고 생각…환골탈태하겠다"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새로운 이사진을 발표하며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 회장은 사면 논란으로 일괄 사퇴한 부회장단 및 각 분과위원장,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해 발표했다.
정 회장은 "축구계 종사자,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 충분히 의견을 듣고 파급효과를 살폈어야 했는데 신중하지 못했다. 나를 비롯한 이사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의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는 상황에서 가장 책임이 큰 나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임기가 약 1년 8개월 남은 상황에서 협회를 안정화시키고 수습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사회 구성원 중 유일하게 직을 유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KFA는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하면서 주로 경기인 출신이 맡전 전무이사직 대신 상근 부회장 체제를 도입했다.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실무 행정을 총괄하는 상근 부회장직을 수행한다. 정 회장은 "행정 전문가를 통해 조직을 추스르고 협회 행정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또 이번 25인 이사진 명단에는 앞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이전 이사회 구성원 7명이 유임됐다. 최영일, 이석재 부회장, 정해성, 마이클 뮐러, 이임생, 서동원 각 분과위원장, 조연상 이사가 해당 직을 유지하게 됐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일부 분과위원장은 임명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시간이 없었던 것과 업무 연속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인적 쇄신 외에도 사면 논란 재현을 맡기 위해 도입한 절차를 소개했다.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함으로써 내실 있게 토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심의안건상정소위원회를 만들어서 사안이 적절한지, 내용이 충실한지 심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일련의 사태로 협회를 향한 많은 질타가 있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새 이사진 구성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새로 출범하는 협회 집행부를 지켜봐주시고 칭찬과 질책을 보내주셨으면 한다"며 발표문을 마무리하고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다음은 정몽규 회장 기자회견 일문일답
- 1년 8개월 남은 임기를 언급했는데,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결정한 것인지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현재 임기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경기인 출신이 맡던 전무이사직 없이 실무 부회장 체제로 개편하게 됐는데
축구인,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가 필요하다. 경기인 출신의 부회장, 분과위원장이 많이 포진해 있다. 실무 부회장께서 그 목소리를 총괄해서 축구계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한준희 해설위원,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등 해설위원, 언론인을 영입한 건 홍보 기능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축구, 홍보 전문가를 영입했다. 상근 부회장과 논의해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단순한 인적 쇄신 외에 실제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는지
다양한 축구 관계자, 각계각층의 이사진, 부회장단을 초빙했다. 사면 논란 당시 공정위원회에서 보안을 중요시 하느라 사전 논의가 적었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었다. 한두 가지 절차가 더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번에 다양한 분들을 모셨고 이사회를 활발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이근호, 지소연 등 현역 선수를 이사진으로 초빙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
프로 선수들을 대표하는 프로선수협의회 회장들이다. 현역 선수들의 목소리도 협회가 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두 분을 모셨다.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 공정위원장에 전 검사 출신인 소진 변호사를 임명했는데
공정위원회는 상벌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 힘들게 모셨다.
- 사면 논란 당시 이사진이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여러 형태의 이사회가 있다. 사면 건의 경우, 아주 소수의 분들만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이사회에서 명단을 처음 보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논의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안건을 올리기 전에, 앞서 설명드렸던 심의안건상정소위원회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쳐 안건을 올리면 어느정도 걸러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사회에 앞서 미리 상의하고 소통하면 문제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사회에 건전한 토론 문화 없었기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 새로운 이사진이 더욱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통해 확실히 이야기해 줄 수 있는지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 토의에 참가하면서 얻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토론도 더 깊이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분들을 모신다는 것은 생각을 듣기 위함이다. 의견을 듣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일괄 사퇴를 표명한 이사진 중 7명이 유임됐는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25명 중 7명이면 약 4명 중 1명이 바뀐 것이다. 많이 바뀐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면 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들도 아니기 때문에 다시 유임시키기로 했다. 협회 업무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꼭 25명 전원을 다 바꿔야 변화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 심판위원장을 별도로 뽑지 않았는데
김동진 심판위원장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윤리센터에서 조사할 예정이라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좋은 분이 있으면 새로운 분을 모실 수도 있다. 우선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이번엔 임명하지 않았다.
- 홍보 외에 강화하고자 하는 기능은?
가장 중요한 주제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배경의 분들을 모셨다. 프로세스 개선 측면에 집중했다.
▲ 대한축구협회 이사 25인 명단(담당 분야)
부회장(상근) : 김정배(실무 행정 총괄)
부회장 : 한준희(홍보), 장외룡(기술/각급 대표팀), 원영신(여자축구), 하석주(학교축구/엘리트), 최영일(대회운영/회원단체), 이석재(시도협회 대표)
분과위원장 : 정해성(대회위원장), 마이클 뮐러(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이임생(기술발전위원장), 이윤남(윤리위원장), 소진(공정위원장), 김태영(사회공헌위원장), 서동원(의무위원장)
이사 : 조연상(K리그, 연맹), 강명원(K리그, 구단), 박재순(마케팅), 조덕제, 신연호(이상 지도자), 이근호, 지소연(이상 선수), 위원석(언론), 노수진(학교, 청소년축구), 전해림(여성동호인축구), 박인수(동호인 축구)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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