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公, 요금인상 지연에 '빚폭탄' 커진다
올해 2분기 에너지 요금 인상이 한 달 이상 지연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으로 경영을 이어가면서다. 이렇게 불어난 회사채 규모만 이미 수십조원에 달하면서 한 달에 수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상태가 더 확대하지 않는 수준이 되도록 최소한의 요금 인상이라도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전 누적 회사채 77조원...한도 초과 우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달 기준 누적 회사채 규모는 총 77조1530억원이다. 원화 장기채 69조3700억원, 원화 단기채 2조8900억원, 외화 사채가 4조8930억원이다. 이는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104조6000억원) 대비 73.7%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한전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 한도(적립금과 자본금의 합)를 기존 2배에서 5배로 확대한 덕분이다. 요금 정상화가 미뤄지면서 한전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9조5500억원의 회사채를 신규 발행했다.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20년 3조5200억원에서 2021년 11조7700억원, 지난해 에너지값 상승으로 31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 추세대로라면 1년 만에 또다시 한전법 개정을 통해 발행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연말까지 적자가 지속되면 당기순손실이 확대해 발행 한도가 더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한전이 올해 가능한 신규발행 회사채는 27조5000억원이다. 이를 모두 소진하면 내년 3월 현행법상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누적된 회사채로 이자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사채 발행으로 이자만 1조4000억원 발생했다. 올해 이자는 약 3조원 안팎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전이 전기를 팔수록 적자 상태가 커지는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면서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력 구입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167.2원, 판매단가는 ㎾h당 152.7원으로 전력을 판매해 14.5원씩 적자를 봤다. 지난달부터 시행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없었다면 적자 폭은 더 커졌을 것이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여름 '냉방비' 폭탄 우려도 악재다.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여름철 한전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6~8월까지 3개월 동안 6조2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적자 경영을 이어갔다. 한전 관계자는 "요금 인상 없이 여름철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적자 규모가 더 커져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사채 발행을 더 늘려야 한다. 경우에 따라 외화채 발행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누적된 적자가 커지면서 경영 구조도 악화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59.06%에서 올해 608.86%로 확대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료보다 시급한 가스료…가스公 채권 발행액 전년동기比 3배
가스공사의 가파른 회사채 발행 속도 역시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올해 4개월 동안 회사채(특수채)를 누적 1조4700억원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100억원) 대비 2.8배로 늘어난 규모다.
올해 가스공사의 채권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인 39조9000억원이다. 1986년 2배로 정해졌다가 1998년 법 개정을 통해 4배로 늘었으며, 지난해 말 한 차례 더 개정해 5배까지 증가했다. 적자가 계속되지만 가스 구매를 지속할 수밖에 없어 24년 만에 한도를 늘린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스공사의 총 누적 발행 사채 규모는 약 28조원으로 발행 한도의 70.6%로 추정된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지난해 9조원에 육박했던 미수금이 올해 말 1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1470.43달러로 관세청 수출입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3월 916.15달러(-37.7%)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어 언제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LNG를 전량 수입해오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보다 가스공사의 경영 상태가 더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전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60% 넘게 공급할 수 있지만, 가스는 국제 유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회사채 발행 한도에 도달하는 게 한전보다 가스공사가 먼저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32조6000억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원으로 절대적인 규모는 한전이 더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매출, 사채 발행 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스공사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는 이에 채권 발행 한도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이 지난해보다는 떨어지고 있어 총 채권 발행량 역시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 등 잠재적 변수를 대비해 재무구조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요금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올겨울 난방비 폭탄이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에너지 업계는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 폭을 이르면 다음 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조만간 조정을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역시 최근 에너지 요금 인상 방안에 공감하면서 인상 폭 결정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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