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도피처 파헤친 가브리엘 주크만,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홍세현 기자]
`예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전미경제학회 (Amercian Economic Association)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John Bates Clark Medal)이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UC 버클리) 및 파리경제대학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조세도피처를 활용한 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인정받았을뿐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이 학문적으로도 공인된 순간이다.
노벨경제학상과 함께 경제학자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은 경제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주크만 교수는 에마누엘 사에즈(Emmanuel Saez) UC 버클리 교수와 에스더 뒤플로 (Esther Duflo) 메사추세츠 공대 (MIT) 교수 이후 파리경제대학 출신으로는 세 번째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다.
그의 제자이자 동료로 주크만 교수를 가까이에서 접해왔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업적과 인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크만 교수는 프랑스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 가운데 하나인 파리 고등사범학교 (École Normale Supérieure Paris-Saclay)를 졸업하고 2013년 파리경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교수가 그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이다. 이후 UC 버클리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런던정경대에서 조교수 생활을 하던 그는 1년 만에 다시 UC 버클리로 스카웃되어 돌아갔는데, 2019년 32살의 나이에 같은 대학에서 테뉴어(종신재직권)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모교인 파리경제대로 돌아와 불평등 및 탈세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크만 교수는 재정학, 특히 역외탈세 및 불평등 연구에 큰 공헌을 했는데, 연구목적의 조세자료 이용이 용이한 북유럽 국가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주크만 교수는 역외자산을 고려할 경우 기존의 불평등 문헌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자산불평등이 심각해진다는 것을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내었는데, 구체적으로, 상위 0.01% 자산가들이 본인들의 실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의 75%만 내고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입증해 보였다. 또한, 그는 다국적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이익이전(profit shifting)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지도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낸 바 있다.
여담이지만, 주크만 교수는 필자와 함께 해당 연구를 동아시아, 특히 한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데, 국세청 및 유관 기관의 자료 제공 협조가 하루빨리 이루어져 차제에 후속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주크만 교수는 토마 피케티 교수 및 에마누엘 사에즈 교수와 함께 지속적으로 세계 불평등 연구를 이끌며 큰 공헌을 하였는데, 그 중 Distributional National Accounts (DINA; 국민분배계정)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국민소득 100%에 대한 소득분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최초로 시도하였다. DINA는 토마 피케티, 가브리엘 주크만, 에마누엘 사에즈 교수가 새롭게 개발한 불평등 연구방법으로, 기존의 불평등지표와는 다르게 국민소득 100%에 대한 분배를 GDP와 같은 거시경제 지표와 대응할 수 있게, 국민계정체계를 활용하여 전체 국민소득분포를 추정할 수 있다.
국민계정체계는 국제연합 (United Nations)에서 정한 기준으로 유엔 가입국가들이 모두 따라야 하는 규범체계이다. 이 덕분에 국가 간 GDP를 용이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인데, DINA를 이용해 소득불평등 정도를 추정할 경우, 이 규범체계를 따르는 덕분에 국가 간 소득불평등 정도를 용이하게 비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DINA 방법을 활용한 소득불평등 결과가 오는 10월 쯤 세계불평등연구소 홈페이지(https://wid.world)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끝으로 주크만 교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아마 지도교수인 피케티 교수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파리경제대학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 두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9시 반이면 출근해, 점심은 항상 세미나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연구에 쏟아붇는다.
또한, 그는 매우 겸손하고, 항상 후배 및 제자들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친절하고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연구실은 언제든지 노크를 하고 방문할 수 있으며, 그는 언제 이메일을 보내든 항상 24시간 안에 꼭 답장을 보낸다. 그가 후에 (토마 피케티 교수 및 에마누엘 사에즈 교수와) 노벨상을 받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36살에 불과한 그의 이름을 앞으로 더 많은 대중들이 자주 듣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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