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왜 필요할까… 그냥 고기 먹으면 되지 않나?

이슬비 기자 2023. 5. 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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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이 뜬다] ③ 단백질 급원 부족...대체육 개발 불가피
인구 수가 증가해 단백질은 필요해지는데, 가축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전망이다. '이때 고기 대신 무엇을 먹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대체육이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 뱅크
대체육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 선두 주자 '비욘드 미트'의 주가는 지난해 최고점 대비 83% 하락해, 지금까지 고전 중이다. 이유는 대체육 중 시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성 대체육이 막상 제품화되자 맛은 고기보다 확연히 떨어졌고, 건강에도 아직은 확실히 더 좋다고 말하기엔 포화지방·나트륨 과다, 동물성·식물성 단백질간 차이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개로 대체육 '연구'는 전 세계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1200만달러 규모로 대체육 R&D 투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네덜란드에서는 각종 대체육 기업·연구소가 모여있는 '푸드밸리' 생태계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기획재정부 등 10개 부처 등이 모여 선정한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 대상에 대체육을 선정해 전방위적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기존 축산업이 문제면 축산업 문제 개선에 집중하면 될 텐데, 왜 새로운 대체육을 개발하려는 걸까? 그냥 고기 먹으면 되는 거 아닐까?

◇고기 대신 대체육 소비, 20년 안에 크게 증가 전망
아직 고기를 대체하기엔 완성도 떨어지는 제품과 설익은 기술뿐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유관 전문 기관은 전체 육류 소비 중 대체육 비중이 늘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입 모아 발표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25년에는 육류 소비가 기존 육류 90%, 식물성 대체육류 10%로 봤지만, 2040년에는 기존 육류 40%, 식물성대체육류 25%, 배양육 35%로, 기존 육류 소비 비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대체육 소비는 확장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AT Kearney에서도 전통 육류와 대체육 소비 비율이 2025년에 9:1에서 2040년에는 4:6으로 변할 것이라 비슷하게 전망했다.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박유헌 교수는 "이런 전망은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초래된다기보다, 기존 육류 부족 등으로 세계인에게 필요한 단백질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해 대체육이 대체해야 하는 양을 예측해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체육 개발과 이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체육, 선택 아닌 의무… 인구 대비 단백질 급원 부족해
대체육 개발은 미래를 위한, 선택 아닌 의무다. 인구는 점차 늘어나 단백질을 필요로하는데, 동물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기구(UN)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총인구수는 77억 9500만명으로, 2015년부터 5년간 1.1% 증가했다. UN은 수치와 함께 당장 2050년까지 약 20억 명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식량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교적 인구 증가량이 적은 선진국에서 육류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단백질 급원은 더 필요할 전망이다. 그러나 가축 수는 줄어들 수순이다. 크게 이유를 두 가지, ▲이상기온 현상 ▲감염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상기온 현상이 코앞까지 다가와, 최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염, 산불, 홍수 등을 겪고 있다. 앞으로도 이상기온 현상이 계속되면 경작할 수 있는 땅과 물이 줄어, 사료로 쓸 식물 생산성이 줄어 가축 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7개국 과학자 270명이 저술하고 회원국 195개 대표단이 검토한 제6차 평가보고서 '기후변화 2022, 영향과 적응 그리고 취약성(Climate Change 2022: 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을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선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지속해서 배출되면 기후변화로 현재의 농업, 어업, 축산업 지역이 2050년까지 10%, 2100년까지 30% 이상 감소하리라 전망했다. FAO는 기후변화로 유발되는 홍수, 가뭄, 병충해 등으로 생산된 식량 중 14% 정도가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기 전에 손실되게 한다고도 발표했다. 또 다른 문제는 감염병이다. 최근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질병이 기후변화 등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무리한 개량과 공장식 사육 등으로 가축들이 인수공통감염병에 취약해진 데다가, 기후변화 등으로 감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들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가축 질병이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선 질병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져 집단 발생한 사례가 최근 10년간 60% 이상 증가했다. 결국 대체육은 이렇게 '가축이 부족해질 미래에 고기 대신 무엇을 먹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인 셈이다.

◇식물성 대체육+배양육, 기후변화도 개선 가능
축산업 감축은 축산업을 축소하는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를 개선할 방법이기도 하다. 동물을 사육하면 이산화탄소, 메탄 등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물질들이 상당량 배출된다. 가축이 분변으로 배출할 뿐만 아니라, 기르기 위해 공기 질을 정화할 산림도 벌목하기 때문이다. 박유헌 교수는 "지구온난화에 푸드 시스템의 기여도가 34%이고, 그중 절반이 축산업 등 단백질 급원을 생산하면서 유발된다"고 말했다. FAO에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가 가축에서 나온다고 콕 집어 발표했다.

축산업이 거대산업이라서, 작은 비율만 대체육으로 바꿔줘도 큰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햄버거 패티를 대체육으로 바꾸면 축산업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의 99%, 땅 93%, 온실가스 90%, 에너지 46%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선 전망에서 2040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꼽힌 배양육은 환경 연구 그룹 CE 델프트(CE Delft)의 새로운 두 개의 연구 결과, 기존 육류 생산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92%가량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기 오염은 93%, 대지 이용률은 95%, 물 사용량은 78%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됐다.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실제 고기 세포를 배양해 제작하는 대체육이다.

대체육의 열기도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성 대체육의 한계를 배양육으로 보완해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유헌 교수는 "식물성 대체육의 불완전성을 고려하면, 대체육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앞당기는 방법은 당장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을 결합·혼합하는 제품의 개발일 것이다"라며 "앞으로 그런 제품이 등장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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