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워싱턴 선언' 두렵나…한미 정상 겨냥한 '화형식'
"위기감 방증…핵 개발 명분 축적한 뒤 도발"
북한이 '워싱턴 선언'을 비난하면서 한미 정상을 겨냥해 전례 없는 허수아비 화형식까지 진행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조치에 적개심을 드러내며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추악한 원쑤들에 대한 화형식 단행' 제하의 기사에서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온 미제와 괴뢰역적패당은 위험천만한 핵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국가를 감히 침탈하려고 미친 듯이 발악하고 있다"며 "반공화국핵전쟁기도를 로골적으로 드러내놓은 희세의 깡패국가, 악의 제국 미국과 동족대결에 환장한 괴뢰역적패당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 모임이 2일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천백배의 보복의지를 만장약한(가득 채운) 모임 참가자들은 가증스러운 적들에게 죽음을 안기는 심정으로 침략자, 도발자들의 허수아비를 불살라버리는 화형식을 단행하였다"며 "미국의 늙다리 전쟁괴수와 특등하수인인 괴뢰역도의 추악한 몰골들이 재가루로 화할수록 징벌의 열기는 더더욱 가열되였다"고 주장했다. 허수아비가 상징하는 대상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늙다리 전쟁괴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특등하수인'은 윤석열 대통령을 각각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행사 참가자의 발언을 인용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깎아내리면서, 특히 한미가 합의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철두철미 우리에 대한 적대감이 골수에까지 들어찬 자들의 범죄적인 야망의 산물"이라고 규정했으며, 또 다른 참가자는 "날로 무분별해지는 미제와 괴뢰들의 적대적 흉심은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들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올 들어 한미 연합연습을 비난하는 집회를 개최하며 전 사회적으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왔지만, 화형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입장을 내고 워싱턴 선언 채택에 반발했다. 당시 김여정은 바이든 대통령을 '미래가 없는 늙은이', 윤 대통령을 '빈 껍데기 선언을 받고 감지덕지하는 못난 인간'이라고 부르며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또 핵협의그룹(NCG) 신설을 거론하며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이 한미의 확장억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핵 개발의 명분을 축적하는 한편, 워싱턴 선언에 대한 위기감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워싱턴 선언에 따른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반도 기항이나 전략핵폭격기의 한반도 기착 등은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라며 "북한이 보유한 핵 억제력을 능가하고 이를 상쇄시키는 한미의 대응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미 예고된 군사 정찰위성을 비롯해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특히 워싱턴 선언에 대한 김여정 등의 반발은 한국에 대해 초강경 기조로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시사한다"며 "미국에 대해서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잠 전개를 겨냥한 핵어뢰 훈련으로, 남한에 대해서는 전면전까지 가상한 대남 전술핵 사용 훈련 등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 '존 핀'이 지난달 말 평택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강화 중인 일본은 오키나와현 섬 3곳에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 배치를 완료한 상태다. 아울러 워싱턴 선언에서 확장억제 강화의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이 이르면 이달 중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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