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식시장도 고령화, 주주 80% 60대 이상…MZ세대 모두 美 투자
日 2030 절반 "해외주식 샀다" 답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에서 주식시장마저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부의 순환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주식시장 내 주주의 80% 이상이 60대 이상으로 집계된 가운데 정작 정부의 각종 투자 독려정책에도 일본 MZ세대들은 주로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에만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여론조사기관 매크로밀과 지난 3월 20~70대 개인투자자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주식을 1년 전보다 늘렸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6%며, 이 중 20대가 52%, 30대가 44%로 눈에 띄게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20대와 30대에서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6%, 54%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반면 50대와 60대에서는 "자산을 분산하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각각 44%, 40%로 자산 형성을 막 시작한 2030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해외 주식의 매력에 대해서는 "(시장의) 경제 성장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4%로 1위, 그리고 "이익과 배당 성장률이 높기 때문"이 41%를 차지했다. 일본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는 해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주식이다. 니케이는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가들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미국 주식은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을 1주 단위로 조금씩 적립식 투자를 할 수 있다. 애플 등 생활과 밀접한 종목도 풍부하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일본 주식을 사지 않는 이유는 일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니케이는 분석했다. '일본 주식을 보유하는데 있어서 문제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라는 답변이 52%, "재정 악화·증세"라는 답변이 38%로 일본의 거시적인 환경을 지적하는 응답이 높았다.
이는 결국 일본 정부가 국내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독려한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시다 정부는 개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자산소득 2배 늘리기 플랜'을 내걸고 우리나라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슷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NISA는 투자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NISA의 연간 납입 상한액을 적립식 40만엔(392만원)에서 120만엔(1178만원), 일반형 120만엔에서 240만엔(2357만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비과세 기간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도 불구, 정작 젊은 세대는 일본 국내 주식시장 대신 미국 주식시장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까지 주식 시장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장기 경기 침체를 겪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야 하는데, 부가 고령층에게 지나치게 편중돼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세제조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0대 이상이 보유한 금융 자산이 전체 연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니케이는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잔액에 대입하면 2000조엔(1경9685조원) 중 60대 이상이 보유한 자산은 1300조엔(1경2795조원)에 달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주주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니케이에 따르면 고령 인구가 늘면서 70대 이상 주주 비율은 1989년 15%에서 2019년 41%로 급증했다. 마쓰이증권의 연령대별 매매대금의 경우 70대가 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일본 통신기업 NTT다. NTT는 1987년 상장 당시 70만명 가까이 30·40대 주주들을 보유했으나, 30년이 넘게 지난 현재 60대 이상 주주가 80%가 넘는다. 당시 주식을 샀던 세대가 이를 쥔 채 그대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주 고령화 역시 자산의 이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해결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보통 고령 주주들은 상속 전 주식을 팔아 부동산을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로 부가 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주식에 대한 추가 투자 검토를 밝혔고,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 개선의 칼을 빼 들면서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말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상장사 중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에 대해 개선책을 발표하고 시행하도록 요구했다.
니케이는 이러한 변화로 일본 주식도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 예비군을 일본 주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장 개혁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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