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의 골프 모험] 규정보다 큰 홀을 쓰는 그 골프장...홀인원 보험을 들었다면 여기로 가라
이은경 2023. 5. 3. 09:15
(지난주 1편에서 이어. 4월26일자 참조) 그렇다면 홀인원 보험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규칙보다 상당히 더 큰 컵(혹은 홀)을 쓴 골프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뱁새 김용준 프로 생각은 홀인원 보험에 미쳤다.
보험에 밝은 지인에게 물었다. "만약 골프 규칙이 정한 것보다 더 큰 홀을 쓰는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면 보험사가 홀인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느냐"고. 자초지종을 알려줬다. 홀 규격(108㎜) 보다 6㎜나 더 큰 컵을 쓴 골프장이 있어서 공식 시합 하나를 취소했다는 얘기를. 그 골프장이 제법 오랫동안 규격을 초과한 컵을 써왔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그는 '허허'하며 어이 없어 하더니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제법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을 했다. "홀인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그는 이어 "이벤트 홀에서 한 홀인원은 홀인원으로 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이벤트 홀은 냉면사발만큼 큰 홀을 쓰는 데 이 경우에는 겨우 6㎜ 큰데도 그럴까"라고 뱁새는 짐짓 모르는 척 하며 골프장 편을 들어보았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는 "홀인원 보험은 홀인원을 할 확률을 꼼꼼하게 따져서 설계한 것"이라며 "홀이 규칙이 정한 것 보다 크면 홀인원을 할 확률이 크게 높아지니 현재 팔고 있는 홀인원 보험은 설계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답을 이었다.
뱁새는 "그렇다면 큰 홀을 쓴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한 골퍼에게 이미 지급한 홀인원 보험금을 회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또 물었다. 그는 "원칙만 따지면 회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6㎜ 더 큰 홀이었다는 사실을 골퍼가 알고도 홀인원 보험금을 받아갔다면 회수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뱁새는 한 발 더 나가 보았다. "잘못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 더 큰 홀을 쓴 골프장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까 보다 더 오래 허공을 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는 "손해 배상도 청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홀인원 보험은 골프장과 협의해서 판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골프장이 홀을 큰 것을 썼다고 해서 홀인원 보험금 지급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골프장 경영자는 마음을 놓기를. 물론 손해보험협회 같은 공식 기관이 한 답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면 더 큰 홀을 쓰는 골프장을 파악한다면 그 골프장에서 한 홀인원에 대해서는 앞으로라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에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파악하기만 하면 충분히 지급 거절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혹시 보험사가 나서서 더 큰 홀을 쓴 골프장을 파악할까"라고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았다.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골프장이 그런 얕은 꾀를 내는 것도 아닐 테고 또 보험사가 무슨 권한으로 모든 골프장의 홀 크기를 잴 수 있겠느냐"는 넋두리가 돌아왔다.
그 답을 듣고 뱁새는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더 큰 홀을 쓰는 골프장은 더 이상 골프장도 아니고 놀이공원이니 가지 마라"고 해야 맞을까? 이런 골프장은 어뮤즈먼트 파크(Amusement Park, 놀이공원이라는 뜻)라고 부르자고 지난 회에 얘기했는데 기억 하는가? 기억한다고? 애독자이다.
오히려 '홀인원 보험을 들었다면 이왕이면 더 큰 홀을 쓰는 골프장에 가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까? 독자 생각은 어떠한가. '놀이공원에서 기록한 싱글은 진정한 싱글이 아니니 그 싱글패는 갖다 버려라'라고 말해야 맞을까?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싱글을 놓쳐서 아직까지 싱글패가 없다면 더 큰 홀을 쓰는 골프장에 꼭 가라'고 해야 맞을까?
싱글은 싱글핸디캡을 줄인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81타 이하를 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79타 이하를 쳐야 진짜 싱글이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골프를 사랑하는 애독자에게 맞는 조언인 지 뱁새도 이제 헷갈린다. K골프(한국 골프) 진짜 복잡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좀 추해졌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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