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론조사 규제 'No' 한 선관위...내놓은 해법이 '기프티콘'
응답률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여론조사의 공표 금지를 반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응답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모바일 쿠폰’ 제공을 제안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작용을 이유로 응답률 규제를 반대하면서 자칫 금품 동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은 허용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3일 국회에서 ‘선거 여론조사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선관위와 여심위는 이러한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앙일보가 2일 입수한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여심위는 공청회에서 부실 선거 여론조사 기관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등록에 필요한 ▶인적 요건을 현행 직원 3명(분석 전문가 1명 포함)에서 직원 5명(분석 전문가 3명 포함)으로 상향하고 ▶실적 요건을 ‘등록 시점 기준 최근 1년간 매출액 5000만원 이상’에서 ‘매해 1억원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게 핵심이다.
2017년 ‘선거 여론조사 기관 등록제’가 도입된 이후 정당 지지율이나 대선·총선 등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여심위에 등록을 마친 기관만이 조사 뒤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여론조사를 빌미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등록 업체가 여론조사를 공표하면 처벌하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규제 강화 이후에도 등록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 전문성이 결여된 여론조사가 빈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 등록제 도입 이후 선관위가 부실 조사로 업체를 제재한 건수는 총 117건이고, 이 중 전문 인력이 3명 미만인 경우가 66.7%(78건)에 달했다.
질이 떨어지는 여론조사를 막기 위해 그동안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응답률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여론조사의 공표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제출돼왔다. 19대 국회 당시 우상호 의원이 ‘10% 미만’을, 20대 국회 당시 오신환 의원이 ‘5% 미만’을 금지 대상으로 담은 법안을 낸 게 대표적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국민의힘 이명수·장제원 의원은 각각 ‘10% 미만’과 ‘5% 미만’을 최소 공표 요건으로 삼는 법안을 냈다.
선관위는 이같은 응답률 규제에 부정적이다. 지난달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선관위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제원 의원의 개정안을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입장을 지닌 선관위 산하의 여심위가 내놓은 개선책 중 하나가 흔히 ‘기프티콘’으로 불리는 모바일 쿠폰 제공 방안이란 점이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여심위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실효적인 인센티브 제공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선거 여론조사에 성실히 응답한 사람에게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문자 메시지 발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조사 문항에 모두 응답한 직후 모바일 쿠폰 등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하고 응답자는 곧바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저연령층과 여성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할 때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모바일 쿠폰 제공에 대한 부작용 우려 또한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효성이라곤 없는 대책”이라며 “가뜩이나 영세한 여론조사 업체들이 뭣 하러 돈을 들여 기프티콘을 제공하며 응답률을 스스로 끌어 올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응답률 하한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초저가’ 영업 경쟁을 하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쿠폰을 제고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프티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후보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 문항을 넣고 여론조사를 돌리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여론조사의 파급력이 큰데, 이게 신종 ‘돈 선거’가 아니면 뭐냐”고 주장했다.
여심위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여심위는 “후보자의 선거 운동 악용 등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응답률 제고를 통한 선거 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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