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롯데'의 4억4000만원 투자 성공, 15년 만의 9연승 밑거름

이형석 2023. 5. 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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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베테랑 불펜 김상수(왼쪽)와 리드오프 안권수. 사진=롯데 제공

롯데 자이언츠가 15년 만에 파죽의 9연승을 달렸다.

롯데는 2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7-4로 승리, 5358일 만에 9연승을 질주했다. 5연승 상승세 중이던 KIA를 꺾으면서 더 뜨거운 기세를 자랑했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키움을 꺾고 오른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롯데의 선두 등극은 '방출생 영입 효과'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가을부터 차근차근 전력 보강을 위해 움직였다. 모그룹으로부터 유상증자(190억원)을 받은 구단은 박세웅과 5년 총 90억원의 비(非) 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을 시작으로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 FA 3명을 붙잡는 데 170억원을 썼다. 외국인 삼총사와 재계약에 최소 355만 달러(48억원)를 투자했다. 7명과의 계약에만 308억원을 쓰는 '통큰 투자'였다.  

롯데는 방출 선수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7명을 보강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행보였다. 일각에서 '타 구단에서 계약하지 않은 선수를 롯데가 데려가 쓴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냈다. 그만큼 롯데의 전력이 약하다는 방증이었다. 
방출 선수 7명 영입에 투자한 돈은 총 4억4000만원이다. 웬만한 고연봉 선수 1명의 몸값밖에 안 된다.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프로 18년 차 투수 김상수가 가장 많은 1억 1000만원에 계약했다. 재일교포 3세로 군 문제 때문에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안권수는 롯데와 8000만원에 사인, KBO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통산 112승을 올린 차우찬은 5000만원에 계약했다. 

투자 대비 효과는 상당하다. 절박함을 안고 거인 군단에 합류한 방출 선수들은 롯데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2019년 홀드왕 출신의 김상수는 2일 기준으로 15경기에서 2승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하고 있다. 3연투 한 김원중을 대신해 뒷문도 책임졌다. 통산 300경기 이상 나서 각각 연봉 7000만원과 6000만원에 사인한 신정락(2승)과 윤명준(3홀드)도 몸값을 해낸다. 최준용과 김진욱마저 컨디션을 찾지 못해 걱정이 컸던 롯데는 이들 덕에 초반 위기를 돌파했다.

외야수 안권수는 리드오프로 나서 타율 0.318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0.455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롯데의 상승세에는 투수 나균안, 야수 안권수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2일 현재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방출생 4명은 롯데의 약점이던 불펜과 리드오프의 고민을 확실하게 덜어줬다.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차우찬은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쏟고 있다. KIA 타이거즈에서 방출돼 롯데와 연봉 4000만원에 계약한 포수 이정훈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타율 0.347로 펄펄 날고 있다.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2001년생 외야수 이정우(전 LG 트윈스, 연봉 3000만원)는 미래를 내다본 영입이다. 

롯데가 오로지 이들의 팀 전력 강화에만 초점을 두고 영입한 건 아니다. 구단 관계자는 "차우찬이나 김상수, 신정락 등은 성실함을 갖춘 베테랑 투수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경험을 전수하며 팀 불펜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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