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먹던 노인 질식사', 복지센터장 "빨리 먹이지 말라고 교육했는데…"[서초동 법썰]

김대현 2023. 5. 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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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5일 낮 서울의 한 노인복지시설 간식 시간에 68세 입소자가 숨이 막혀 얼굴이 파래졌다.

높이 3.8㎝, 폭 5㎝의 바람떡(개피떡)이 기도를 막은 탓이었다.

송씨는 문제가 된 바람떡을 노인의 입에 넣어준 뒤 22초 만에 케이크를 먹였고, 이후 7초, 10초 간격으로 케이크를 다시 먹였다.

5000여명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점, 박씨가 평생 노인 요양 분야에 종사한 점 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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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재판行
사회복무요원과 진술 엇갈려
1심 '유죄' 판결에 항소

2018년 10월5일 낮 서울의 한 노인복지시설 간식 시간에 68세 입소자가 숨이 막혀 얼굴이 파래졌다. 높이 3.8㎝, 폭 5㎝의 바람떡(개피떡)이 기도를 막은 탓이었다. 입소자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으로 복지시설 센터장 박모씨와 사회복무요원 송모씨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송씨는 사고 당시 피해 노인에게 간식을 먹여주던 '식사보조' 담당이었다. 송씨는 문제가 된 바람떡을 노인의 입에 넣어준 뒤 22초 만에 케이크를 먹였고, 이후 7초, 10초 간격으로 케이크를 다시 먹였다.

노인은 평소 정신건강이 좋지 않고 연하곤란(삼킴장애)을 겪었다. 검찰은 송씨가 떡을 잘게 썰어 제공하거나 음식을 다 씹은 것을 확인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센터장 박씨에겐 송씨에게 이 같은 주의사항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1심 재판에서 박씨는 "피해자에게 평소 연하곤란 증상이 없었다. 입소 당시 보호자들이 이러한 점을 고지하지도 않았다"며 "평소 우리 센터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송씨 측은 "피해자의 질병과 주의사항 등을 박씨로부터 교육받거나 전달받지 못한 채 그저 식사 보조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증인으로 나온 다른 사회복무요원 2명도 송씨의 말이 맞다고 진술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며 선처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보호자들은 그해 7월 말 입소 의뢰시 '허겁지겁 먹는 습관이 있으니 식사 때 충분히 씹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알렸다"며 "피고인들은 떡을 작게 잘라서 먹기 안전하게 제공해야 했고, 송씨는 피해자가 충분히 삼킬 수 있도록 적은 양을 입에 넣어 주거나 다 씹어서 삼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판시했다.

송씨는 1심 판단을 받아들였지만, 박씨는 불복했다. 항소심 법정에서 박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입에 바람떡과 케이크가 평균 10초 간격으로 들어갔다"며 "센터장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직접 떡과 케이크를 먹여준 송씨의 개인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5000여명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점, 박씨가 평생 노인 요양 분야에 종사한 점 등도 강조했다.

박씨는 "입소자들에게 음식물을 너무 빨리 먹이지 말라고 요양보호사와 사회복무요원들을 수시로, 철저히 교육했다"며 "주말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노인복지 활동이 본업이 됐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 안타까운 사고 자체는 부정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펑펑 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김수경 부장판사)는 오는 25일 박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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