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VIP같지 않은 VIP…무리한 좌석 색칠, 이대로 괜찮나

박정선 2023. 5.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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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절반 이상이 VIP석
"뮤지컬 시장 거품 걷혀야"

“지금 (뮤지컬 관객석에는) VIP석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뮤지컬 관객이) 좋은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구분하고 확실하게 대우를 해주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인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프로듀서의 말이다. 한국 뮤지컬계에서는 티켓값 상승 문제와 함께 ‘좌석 색칠’(좌석 등급 구분을 이르는 말로, 등급별로 다른 색이 칠해져 있는 좌석배치도에서 비롯) 문제도 늘 함께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좌석은 줄고, 비싼 VIP석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다.


ⓒ예술의전당

티켓 가격 상승에 있어서는 관객들도 불만을 내비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티켓 인상과 관련해 제작사들은 치솟은 물가에 따른 제작비 상승과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VIP 좌석의 비중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에 있어서는 반감이 훨씬 크다.


신 대표 역시 “뮤지컬은 투자사들이 투자를 해서 만든 것이지 공공재가 아니”라면서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작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고 좌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져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제작사는)티켓 가격에 맞는 퀄리티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좌석을 획일적으로 하지 않고, 좋은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구분하고 확실하게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도 과거엔 VIP에 대한 대우는 존재했다.


‘오페라의 유령’(2001) 초연 당시에는 VIP석이 15만원이 책정됐는데, 이 가격에는 프로그램북 및 주차권, 공연 전 VIP라운지 이용권 등 특별 서비스가 포함돼 있었다. 2005년 내한했던 ‘노트르담 드 파리’는 VIP석을 60석 한정으로 25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인터미션 시간에 와인과 간단한 간식, 뮤지컬 CD 및 프로그램북 등을 제공하는 부대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VIP석은 큰 메리트가 없다. 관객석의 절반 이상이 VIP석이고, 이 티켓 가격에 프로그램북 등 다른 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 최근 개막 당시 최고가 18만원(VIP석 기준)으로 이슈가 된 뮤지컬 ‘물랑루즈’는 VIP석이 1층을 넘어 2층까지 올라왔고,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한 연극 ‘아마데우스’도 1층 객석의 90% 이상을 VIP석으로 지정했다. 현재 뮤지컬 최고가 19만원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VIP석 비율이 1층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형성된 가격을 유지하되, 상대적으로 관객들의 거부감은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높은 가격의 좌석인 VIP석과 R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0년대에 비해 2010년 VIP과 R석 비중은 두 배가량 증가했고, 현재는 많은 작품들이 공연장의 절반 이상을 VIP석으로 채우고 있다. 오죽하면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더 이상 날아오를 곳도 없다'(공연장 1층보다 더 높은 곳의 객석 티켓을 구해 작품을 관람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는 말까지 나온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좌석 가격 등급을 다양하게 나눠 선택지를 늘리고 관람객 할인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좌석 비중 책정과 티켓 가격 상승 현상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대표는 “제작사와 관객 그 누구도 티켓 가격을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분명 개선을 해야 하는 문제”라며 “지금은 너무 많은 작품이 올라가고 있고, 거품이 있는 것도 인정한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작품이 제작되는 환경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작비 상승은 나중에 (한국 뮤지컬 시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서로의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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