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탈당' 이후의 민주당, 민형배 복당과 반성 꼬리표

박준이 2023. 5.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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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복당한 민형배
"부끄럽다" 당내 엇갈린 시각
대선 후 계속되는 쇄신 요구

지난해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장 탈당'을 감행했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그의 탈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시키려던 당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제도 자체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그간 정치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둔 지금, 민 의원의 복당은 과연 민주당에게 득일까, 실일까.

민형배는 왜 탈당했을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였다.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민 의원은 검수완박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 대신, 민주당을 자진 탈당해 안조위에 무소속 위원으로 참여한다.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간 추가 논의를 보장하기 위해 안조위는 다수당(민주당)과 소수당 3:3 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는데, 민 의원의 '위장탈당'으로 안조위가 무력화된 것이다.

민 의원이 긴급히 탈당을 결정한 것은 정권교체기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이외에 검찰개혁안을 완수해내지 못했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더욱이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검찰개혁 논의가 더 이상 못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관련법안의 대표 발의자이자 검찰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처럼회 소속의 민 의원이 일종의 '결단'한 이유다.

문제는 민주당으로서도 민 의원을 즉각 복당시키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단 점이다. 사실상 '위장탈당'이라는 절차상의 허점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행중인 권한쟁의 심판에 미칠 영향도 우려스러웠다. 실제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지난 3월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라며 이미 절차상의 위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민 의원은 지난 1년간 명목상의 '당 밖'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결국 임기를 마치는 박홍근 전 원내대표가 "불가피하게 민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던 일"이라고 양해를 구하며 직접 그의 복당을 밝혔다. 복당 후 민 의원은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이지메 정치 희생양이 된 느낌"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왜 복당을 결정했을까

그럼에도 민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게 된 것은 결국 정치적 득실을 따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판받을지라도 민 의원을 복당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해내는 쪽이 내년 총선을 위한 표심에 더 이롭다는 이유에서다. 민 의원이 친명계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은 선거를 1년 남짓 앞둔 최근 신중론보다는 강경론에 가까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에도 민생법안들을 밀어붙이는 선택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으로서 힘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부합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 전 원내대표 개인이 임기 내 책임을 지기 위해 민 의원의 복당을 서두른 측면도 있다. 검수완박 법의 통과를 밀어붙인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을 전임 지도부가 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박 전 원내대표는 헌재 판결과 당시 "절차 문제 지적은 유감"이라고 발언했지만, 민 의원의 복당을 선언할 당시에는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받은 것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년 총선 공천심사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 '특별 복당' 형식으로 의결한 점도 개인의 책임이 아닌 당의 책임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끄럽다" vs "당의 책임"

복당 이후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서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라고 질타했다. 이원욱 의원도 "민주당이 부끄럽다"며 "민주당이라도 상식을 갖고 정치하자"고 했다.

반면 일부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그를 감쌌다. 당내 친명계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재정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 의원 복당이) 늦었다고 본다. 지도부가 일찍 결단했어야 한다"며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결정을 한 민형배 개인이 아니라 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사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당에 필요한 가장 전투력이 있는 의원 한 분이 복당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반성' 꼬리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련의 논란을 거치며 민주당은 여전히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난 대선으로 이미 정권교체론의 대상이 되면서 확실한 반성과 책임을 전제로 한 정당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여기에 검수완박법과 양곡관리법 등 당론 법안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점과 최근 불거진 '돈봉투 의혹' 등 논란들이 계속됐다. 지난달 28일 선출된 박광온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향후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당내 '쇄신 의원총회'를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선 때 “국민들은 정권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지만, 민주당에도 실망하고 있다. 이것이 진짜 위기”라며 “쇄신하고 통합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당선되면 쇄신 의총을 열어서 밤새워서라도 쇄신 방안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도 민주당에는 '반성'이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총선 전까지 국회 직회부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여소야대의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안조위 무력화 등 절차상의 편법을 활용해서라도 여당보다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유권자가)입법부를 믿게끔 하는 건 원칙과 법에 따른 행위들"이라며 "'어쩔 수 없다'라는 것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게 지금 정치에 필요한 룰"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라는 건 지지자를 위한 정치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삶의 향상을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매서운 회초리는 4년마다 한 번씩 있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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