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⑨'민간 주도 성장' 강조…기업 투자 현주소는?

한예주 2023. 5.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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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 최우선 과제
'민관 팀플레이' 분위기 형성
수십·수백조원 투자로 보폭 맞추는 기업
대외 변수로 기업 부담은 가중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최우선 과제는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한 투자 주도형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이른바 '민간 주도 성장' 전략이다. 기업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투자 환경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는 등 민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기반 조성에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스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이한 지금,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기업들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가 확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교의 중심은 경제"라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재계 총수들은 1월엔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다보스 포럼)로 향했고 3월에는 일본에서 민간 외교를 담당했다. 가장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윤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에서 집결했다. 이들은 한미 간 안보 협력과 함께 반도체·배터리·원전 등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의 접점을 확대하는 '세일즈 외교' 성과를 낸 것으로 주목받았다. 총수들은 글로벌 네트워킹 역량을 총동원해 협력 관계를 다지고,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현지 정·재계 인사들에게 피력하며 해결에 힘썼다.

정부가 미래 산업 생태계 구축의 밑그림을 그리고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자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는 '민관 팀플레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20년간 300조원을 쏟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710만㎡(215만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 세계 최대규모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하자 삼성전자가 화답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 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총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복권과 경영복귀로 투자 이행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로 직간접 생산유발 700조원, 고용유발 160만명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규모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갖고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조립한 완성차에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 세 번째)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와 보폭을 맞춰가는 중이다. ▲삼성 360조원(해외포함 450조원) ▲SK그룹 179조원(해외포함 247조원) ▲LG그룹 106조원 ▲현대차그룹 63조원 ▲롯데그룹 37조원 ▲한화그룹 20조원(해외포함 37조7000억원) ▲두산그룹 5조원 등의 투자를 윤 정부 기간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기업들의 미래산업 투자는 산업 생태계 강화 기여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대외 변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급망 훼손이 심각해졌고,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수요마저 주춤해지면서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진 탓이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초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이 전략산업에 투자를 확대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상당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신규 사업 프로젝트나 투자 계획을 내놓기엔 업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규제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대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실현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윤 정부는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파격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히며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갈구했지만, 기업이 만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정책이었다는 평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대만의 반도체 특별법은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등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보다 혜택이 훨씬 더 풍부하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우리 정부의 지원이 충분히 매력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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