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⑫경착륙 위기는 피했다…하반기 변수는 경기침체
매수심리 바닥치자 IMF 이후 집값 최대 하락
전방위적 규제완화에 거래량 회복
윤석열 정부 1년간 규제완화 기대감에 상승세로 출발한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금리인상과 거래절벽을 겪으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수직 낙하했다. 다행히 발 빠른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규제 완화로 가까스로 경착륙은 틀어막았다. 거래가 되살아나면서 ‘집값 바닥론’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경기침체’ 여부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역대급 금리인상에 ‘거래실종’…1998년 이후 최대 위기지난해 3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이 확산되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주춤하던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4~5월에는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강남·양천 일대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집무실 이전 이슈로 용산 일대 매수심리가 살아났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 스텝(0.75%p↑)을 밟은 상황에서 규제완화 기대감만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집값 고점 인식이 퍼지며 결국 6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매매가격이 2019년 8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하락(-0.01%)했다.
연이어 7월 한국은행이 최초로 빅스텝(0.5%p↑)을 밟아 기준금리가 2.25%로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은 심각한 거래절벽에 시달렸다. 전국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월간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7월 646건 ▲8월 713건 ▲9월 608건 ▲10월 558건 ▲11월 729건 ▲12월 834건에 그쳤다.
거래실종은 곧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1998년 외환위기(-13.56%)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3.12%)를 경험했다. 시·도별로는 세종시(-11.97%)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어 동탄이 있는 화성(-10.63%), 광명(-9.84%), 수원(-8.47%), 양주(-7.41%), 과천(-7.16%), 대구(-7.15%), 대전(-6.65%), 인천(-6.12%) 등이 집값 급락의 늪에 빠졌다.
"경착륙 막아라"…파격적 규제완화로 되살아난 시장윤석열 정부는 1·3 대책 통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 규제완화를 단행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빼내면서 대출, 세금, 청약, 정비사업 등 시장을 옥죄던 규제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 결과 올해 들어 거래절벽이 점차 해소되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000건대를 넘어 2월 2458건을 기록했다. 월 거래량이 2000건을 넘은 것은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년4개월 만이었다. 서울의 경우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자극되면서 가격이 크게 빠진 대단지와 소형 저가 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됐고, 가격도 올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52.2%가 지난해 4분기 대비 비싸게 거래됐다.
정부 규제완화 대책과 한국은행의 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시너지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가까스로 막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중도금 대출, 분양권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규제, 청약 요건 등 각종 규제 완화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로 전환되면서 경착륙 리스크는 일단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올해 1분기 전년말 대비 거래량이 늘고 서울 등 주요지역은 가격 하락폭도 둔화되고 있다"면서 "미분양 총량이 1년 사이 증가하긴 했으나, 1·3대책 등으로 지난해 말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로 불거진 건설사 유동성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집값 전망…최대 변수는 ‘경기침체’
하반기 전망은 전문가별로 엇갈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금리가 하향조정세로 전환돼 경기 침체의 깊이가 얕다면 강보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정부가 각종 리스크를 잘 막아낸다는 전제조건에서 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할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하락폭은 줄어든다 해도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역시 "상반기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인하 효과 선반영으로 ‘페이크 강세장’이 이어졌지만 하반기에는 집값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집값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경기침체’가 꼽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앞으로 금리보다 경기침체가 더 위험하다"면서 "경기침체 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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