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틈타 러·중 80% 장악…"한미 원전동맹 강화"

문채석 2023. 5.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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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방안' 보고서
"SMR 제3국 공동진출, 연료 공급망 구축"

한국, 일본, 독일 등 자유 국가들이 '탈원전' 정책을 펴는 사이 러시아, 중국이 세계 원자력발전소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을 구축해 러시아,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상길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만든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작년 기준 러시아 수출 원전 점유율이 67.6%라고 밝혔다. 13개국이 짓고 있는 수출 원전 34기 중 23기가 러시아산이다. 중국, 한국이 4기(11.8%), 프랑스가 3기(8.3%)로 뒤를 이었다. 러시아, 중국 점유율을 합치면 79.4%에 달한다.

한국 등 자유국들이 탈원전 정책을 시행할 때 러시아, 중국은 국영기업 중심 원전 수출 정책을 폈다. 러시아는 국영기업 로사톰이 수출국에 원전 건설,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로사톰은 43개국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3대 국영기업 CNNC(중국원자력공업그룹), CGN(중국광핵그룹), SPIC(국가전력투자그룹)가 원전 영업을 주도한다. 자체개발 원전 '화롱 원(Hualong One)'을 최근 아르헨티나에 수출했다. 파키스탄에 이어 남미에서도 실적을 낸 것이다. 카자흐스탄과는 우라늄 협약을 맺고 안정적인 원전 연료 공급망을 구축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 매장량 15%, 생산량 45%를 차지한 나라다.

보고서는 "중국이 원전 수출 시장 신흥강자로 떠오른 것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라며 "한국, 일본, 독일 등 자유 진영 원전 강국들 수출 역량이 탈원전 정책 등으로 크게 훼손된 시기와 겹친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이 SMR 등 선진 원전 수출 속도를 높이고 있어 한국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았다고 했다.

미국이 작년부터 시행 중인 '퍼스트(FIRST·Foundational Infrastructure For Responsible Use of SMR Technology)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퍼스트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등 10개 신규 원전 수입국 SMR 초기 기반 구축 사업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한국은 작년 5월 일본, 캐나다와 함께 퍼스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세컨드'(가칭·Supply Chain, Engineering, Construction, Operation for Nuclear Development)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국과 함께 SMR 수출 사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작년 10월 시행 중인 '위캔(WECAN·Winning an Edge through Cooperation in Advanced Nuclear)' 프로그램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위캔은 일본이 미국과 함께 진행하는 SMR 도입 타당성 조사 사업으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가동된 바 있다.

SMR 연료 '핼리우(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공급망 구축 사업도 미국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문했다. 핼리우는 SMR을 개발하는 데 꼭 필요한 고순도·저농축 우라늄을 의미한다.

미국은 로사톰 자회사 테넥스에 핼리우를 전적으로 의존한다. 핼리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시행해 자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한국은 핼리우에 적합한 농축도로 원전 연료를 만들 권한이 없다. 따라서 미국 내 핼리우 농축시설 건축사업에 한국 기업이 지분투자 또는 EPC(설계·조달·시공) 형태로 참여하면 미국 핼리우 수급에 기여한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한국 에너지·건설 기업과 미국 SMR 혁신기업 간 협력 물꼬는 튼 셈"이라며 "미국이 동맹국과 SMR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는 액션플랜(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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