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⑪부동산 전문가 "종부세 완화는 긍정적…DSR규제 더 풀어야"
부동산 관련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3명은 긍정적으로 봤고 1명은 평가를 유보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윤 정부의 규제 지역 해제, 1·3 대책,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책들이 경기 둔화 리스크와 연내 기준 금리 인하의 낮은 가능성 때문에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왜곡됐던 규제 정상화 긍정적"
아시아경제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아쉽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 3명은 잘하고 있다고 봤다. 1명은 답변하지 않았다.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지난 정부에서 왜곡된 부분에 대한 정상화가 일정 부분 이뤄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나친 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과도하게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등이 정상화됐고, 중산층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악법 분양가 12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금지를 폐지한 것도 긍정적"이라며 "특별공급의 분양가 기준도 없애 청약 수혜의 폭을 넓힌 것도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첫날인 2022년 5월 10일부터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며 "다주택자에게 최고 75%에 달하는 중과세율이 아닌,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해 세 부담을 낮춰 거래 활성화 기반을 다졌고 그 결과 시행령 개정 이틀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이 4% 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1·3 대책 통해 부동산시장 연착륙 기여"
전문가들은 특히 ‘규제지역 해제, 1·3 대책,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속 저리 고정금리 대환대출 출시와 규제지역 해제 조치 등으로 올해 1분기 전년 말 대비 거래량이 일부 회복되는 등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봤다. 또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투기 과열 지역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통한 각종 규제 완화해 시장 스스로 판단하게 한 점,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주택 매수와 세입자 퇴거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초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풀었다. 규제 지역 해제를 비롯해 무순위 청약 조건 완화, 분양가에 따른 중도금 대출 기준 폐지, 전매제한 규제 완화 등이 핵심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대책으로 얼어붙은 아파트 매매시장에 다소 온기가 돌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함영진 랩장은 "올해 1분기 매매거래량이 전년 말 대비 늘어나고 서울 등 주요 지역은 가격 하락 폭도 둔화하고 있다"며 "미분양 총량은 1년 사이 증가하긴 했으나, 1·3대책 등으로 작년 말 레고랜드 채권 리스크 직후 불거졌던 건설사 유동성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년주택 50만호 공급, 3기 신도시 착공 추진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 완화, 청년주택 50만호, 3기 신도시 주택 착공, 청약 추첨제 확대 등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규제 완화책은 연착륙에는 도움이 되나 투기 요소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DSR 규제 여전·입법화 지연으로 정책 효과 반감
전문가들이 다소 아쉽다고 평가한 부분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였다. 박합수 교수는 "DSR 40%가 유지되고 있다"며 "전 정부에서 지나치게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인데, 정작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대출가능액을 극도로 제한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60~70%까지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리서치 팀장 역시 "DSR은 전세 사기의 주원인 중 하나로 DSR을 어디까지 풀어야 할지가 문제"라면서 "일반 대중에서 10%포인트씩 미세조정하는 방식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딘 입법화로 인해 대책 효과가 반감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매제한은 지난달부터 완화됐지만 패키지 정책인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주택법 개정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재건축 단지의 마지막 허들로 거론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 역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진태인 팀장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각종 세법 및 주택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어 발표에 비해 그 효과가 미미했다"며 "법 개정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시장은 당분간 국내외 금리와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기존 발표된 내용에 대한 입법화가 필요하다"며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재초환 규제 완화, 아파트 매입임대사업 허용, 단기양도세율 인하 등이 입법이 아직 되지 않아서 야당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합수 교수는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완화 방안이 발표됐는데, 7개월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다"며 "안전진단 완화로 통과 단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재건축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화·미분양 등 해결 과제…시장 상황 맞는 대책 필요"
지난 1년 동안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매달 7만호를 찍고 있는 미분양 물량을 조절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송승현 대표는 "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중도금 대출, 분양권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규제, 청약 요건 등 각종 규제 완화영향으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로 전환됐고 분양시장도 자구노력이 있는 현장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서울과 비서울 청약 경쟁률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연착륙의 효과는 부분적으로 가시적인 상황으로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 건의 높은 경쟁률이 한 예시"라며 "다만 당분간은 지역별, 입지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다만 기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분양은 늘었다. 특히 수도권이 살아나니 지방 미분양은 더 늘었다. 돈의 생리상 규제 완화가 되면 수도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출범 이후 매매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상욱 대표는 "규제 완화 정책은 자산시장 강화, 지방 미분양을 강화해 시장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지만, 미분양 해소가 1순위가 되어야 한다"며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가 심사가 없어지면서 분양가가 높아졌고, 결국 분양가가 높아지니 용인플랫폼시티처럼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공약 이외에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해 추가로 내놓은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상욱 대표는 "대통령 공약은 2021년 주택가격 초강세 때 나왔다. 2022년 시장 상황이 달라졌으면 맞게 변주해야 하는데, 원안대로 악보를 그대로 쳤다"며 "1기 신도시 특별법 같은 경우 악보에 들어있으니까 친 거지 시장과 교감하고 친 건 아니다. 세금 관련도 세제 개편은 중장기적 과제였는데 내 맘대로 발표한 다음에, 결과적으로 여야가 여태 양도세 관련 합의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송승현 대표는 "다주택 취득세 감면과 등록임대사업자 부활, 토지거래허가제 폐지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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