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탄소중립 둘 다 잡으려면 '5차 산업혁명' 달성해야"

강찬수 2023. 5.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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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하얀 수증기와 함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글로벌 경제성장을 2~3%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5차 산업혁명'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녹색전환 투자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접목해 탄소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이른바 '5차 산업혁명'이다.

ESG는 기업·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환경·노동 문제를 예방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중립 투자를 ESG 경영과 결합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중앙포토]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단국대 명예교수)은 2일 제주 서귀포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세계 ESG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넷 제로(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탄소 생산성이 높은 경제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 생산성을 지금보다 10~14배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탄소 생산성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경제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개발된 국가 생산성 지표로 탄소(이산화탄소) 1톤 배출할 때 창출하는 국내총생산(GDP)의 크기를 말한다.

2050년 전 세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92조 달러가 필요하고 한국도 연간 80조 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데, 이 탄소 중립 투자액을 ESG 경영과 결합, 5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조 전 장관의 생각이다.

2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제2회 세계 ESG 포럼에서 한국환경연구원 명수정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협력사 상황까지 따지는 게 추세


2일 세계 ESG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문국현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 강찬수 기자
조 전 장관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ESG의 최근 트렌드는 ▶기후변화 비용 내부화와 지역 기후에너지 활용 ▶공급망 실사 ▶스코프(scope) 3 공시 의무화 ▶자연 공시 등 네 가지"라고 소개했다.

기후 비용 내부화는 온실가스 배출로 발생하는 기후변화 영향을 상품 가격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럽연합(EU)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서 무상 배출권 할당을 폐기하고,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상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지역 내 에너지 활용의 사례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들 수 있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이다.

EU에서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공급망 실사는 기업의 공급망(협력사)에서 노예노동이나 아동착취, 온실가스 배출이나 환경오염이 없는지 따져서 이런 사항이 적발되면 제재를 가하는 제도다.

세계 ESG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전하진 SDX 재단 이사장. 강찬수 기자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2021년 7월 의회를 통과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의 경우, 위반 시 해당 기업의 전 세계 연 매출의 2%까지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스코프 3 공시는 회사 자체 운영(스코프 1)이나 전력·에너지(스코프 2)는 물론 협력사·공급망 등을 통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까지도 산정해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 공시는 자연 자본에 대한 위험을 공시한다는 내용인데, 자연 자본이란 식물·동물, 대기·물·토양, 광물 등 자연으로 구성된 자본을 의미한다. 인간에 의한 자연 손실이 곧 재무적 위험으로 다가온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향후 ESG는 기후 공시와 자연 공시의 결합을 통해 기후복원과 자연복원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과 ESG 혁명 연계해야


세계 ESG 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강찬수 기자
한편, 4차 혁명과 ESG 혁명의 적극적인 결합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 ESG 포럼에서 장석영 서울대 특임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는 주제 발표를 통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활용 강화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은 필수"라며 "기업운영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인 ESG와 DX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공장, 전자문서 활성화 등으로 디지털을 통해 환경문제(E)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배움터 등으로 디지털은 사회 부문(S)을, 주주 편의성 제고나 주주 소통 강화 등 디지털 기술로 지배구조 부문(G)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 ESG 포럼에서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홍선욱 대표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의 에술감독인 김정아 작가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작품 '빈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쓰레기로 인해 있어야 할 자리를 잃은 새를 표현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이번 세계ESG 포럼 행사장에서 작품들을 전시했다. 강찬수 기자

이날 행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가 'ESG 법률 리스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고, SDX재단 전하진 이사장은 'ESG의 방향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또, '박흥식 울산과학대 석좌교수와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오길종 한국폐기물협회장,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OCEAN)의 홍선욱 대표 등도 각각 ▶생태 도시와 ESG ▶ESG와 자연기반 해법(NBS) ▶ESG와 폐기물 ▶ESG와 해양 플라스틱 등을 주제 발표에 나섰다.

한국 ESG 학회(회장 고문현 숭실대 교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정해구)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세계 ESG 포럼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2일 세계 ESG 포럼 행사애서 한국ESG학회 고문현 회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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