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민주당 쇄신 시동…방법론에선 친명계와 시각차
구체적 방향 놓고 당내 의견 제각각…진통 불가피
친명 대의원제 폐지 주장 놓고도 반대 의견 나와
朴도 "전국 정당화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 제동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쇄신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쇄신안을 도출해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에서 비중 있게 거론되는 '대의원제 개편' 문제를 두고 박 원내대표는 물론 비명계도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박 원내대표의 '통합' 의지와는 달리 쇄신 논의 과정에서 내홍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민주당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3일 오후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쇄신 의총' 구상과 계획을 설명하고, 향후 논의 사항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본격적인 쇄신 의총은 늦어도 다음주에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쇄신 의총의 주된 의제는 '돈봉투 의혹' 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는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의원제에 있다고 보고,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약 1만6000명, 권리당원은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이 때문에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60명 표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때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로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컸다. 대의원 관리만 집중하면 선거에서 유리해지는 구도이기 때문에, 금권선거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비명계는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권리당원으로 대거 편입됐다. 영남 등 당세가 약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의원제 폐지는) 소 잃고 외양간도 때려부수는 잘못된 방향"이라며 "돈 받은 사람이 문제라면 국회의원의 지분을 없애거나 지역위원장을 없애야지 왜 애먼 대의원 제도를 없애려 하냐. 이것은 오히려 민심과 더 멀어지는 일을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마저도 대의원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 방송에서 "대의원제 개편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법은 아니다"라며 "대의원제는 어느 정도 폐해가 있는 것이 이번에 드러나긴 했지만,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드러난 폐해만으로 폐지해야 한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쇄신 의총에서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거취 문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최소한 당과 개인이 어떤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전체 진상이 밝혀지기 전이라 할지라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상당수 있어 의총에서도 자진 탈당 권유 의견들이 나올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다만 쇄신 의총을 열기 전부터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면서 쇄신안을 도출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금 의총을 해봐야 언론에 나온 것들, '카더라'만 가지고 하는 공방밖에 되지 않고, 그럼 또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어 과연 이게 제대로 굴러가겠느냐"라며 "팩트를 가지고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결여된 것 같다. 그러니 빨리 지금이라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체 조사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결단을 빨리 해야 한다. 최소한의 조사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든 지도부가 직접 나서든 (해야 한다)"이라며 "그만큼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 정치권이 아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 법률적으로 기다려보겠다는 태도를 취한다면 지도부가 실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박 원내대표는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라는 기치 아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민주당의 중도 확장 걸림돌로 지적돼온 '팬덤 정치'와의 거리두기도 포함된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지자들만으로 선거에 이길 수 없고, 반사 이익만으로도 이길 수 없다"며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온건개혁 성향의 국민까지 모셔올 수 있는 확장적 통합 비전을 준비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일상적으로 발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내일(3일) 상세한 세부사항에 대해서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당의 조치에 대해) 문제의식 있는 분들이 의견을 주시면 쇄신의총에서 안건으로 잡아 당의 조치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는 의원들 별로 의견이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준비의총에서 많은 논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베트남 애들 10명 중 1명은 뽕 한다, 우리가 왜 지원하나" 거제시의원 발언 논란
- 권성동 "송영길, 무단출석·대인배 놀이 말고 수사 협조하라"
- 태영호 녹취록 유출 해프닝…당도 '확대해석' 경계
- 김기현, '워싱턴 선언' 극찬…與, 尹대통령 방미 성과 '뒷받침'
- 김건희, 총선 '리스크' 될까 '어드벤티지' 될까 [與 총선 위기론 ④]
- "이재명 구하기용" 공세에…민주당, '김건희 특검' 추동력도 떨어지나
- 한동훈 "유죄판결 계속될 이재명…'판사 겁박'은 중형 받겠단 자해행위"
- "'신의 사제' 비유 앞에선 '차은우보다 이재명'도 애교였구나"
- 헤어질 결심?…뉴진스, 민희진 부르고 팀명 ‘버릴’ 의지 표명하고 [D:이슈]
- ‘김도영 4타점’ 류중일호, 프리미어12 아쉬운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