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만리방화벽 깨자" 번지자…中, 가족 인질로 위협했다
“중국공산당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종식시키자.”
이 같은 구호를 외치며 중국의 인터넷 단속을 거부하는 국제적인 온라인 저항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만리장성에서 따온 만리방화벽은 중국 당국이 중국을 비판하는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는 인터넷 검열 체계를 비판하기 위해 나온 용어다.
2일(현지시간)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 중인 반체제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트위터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같은 캠페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리방화벽을 금지하자’는 의미의 해시태그(#BanGFW)가 SNS에 등장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캠페인을 주도하는 인사들은 중국 당국의 만리방화벽을 ‘전자감옥 장벽’ ‘중국공산당의 인터넷 베를린장벽’ 등으로 부르며 전 세계가 이런 통제 체계를 철폐하도록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국제여론전을 펴 중국 내부에서도 저항운동이 일어나도록 하자는 얘기다.
현재 중국에선 서방의 주요 외신 사이트는 물론 트위터ㆍ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ㆍ유튜브ㆍ넷플릭스ㆍ위키피디아 등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판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은 대부분의 인터넷 채널이 차단된 상태다. 이뿐 아니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등에 중국 당국을 비판하거나 대중을 선도하는 내용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삭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 당국이 이런 인터넷 검열에 쓰는 한해 비용만 60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라오스에 체류하면서 이번 캠페인을 주도하는 차오신신(乔鑫鑫)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만리방화벽은 중국의 14억 인구를 세계의 다른 60억 인구로부터 오랜 기간 고립시켜왔다”며 “이는 자유와 민주주의 세계에 대한 중국의 중요한 정보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만리방화벽을 주모한 중국 인터넷 전문가들을 제소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세계 여러 나라 의회에 관련 로비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차오는 또 중국이 이런 인터넷 검열 체제를 “러시아ㆍ이란ㆍ미얀마ㆍ캄보디아 등 다른 권위주의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17억명이 매일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을 증오하고 일본에 반대하며 대만을 공격하고 있다”며 “만리방화벽을 금지하는 게 틱톡을 금지하는 것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캠페인을 차단하기 위한 공작에 나선 분위기다. 차오는 “중국에 있는 내 가족이 위협받고 있다”며 반중국 인사들을 향한 중국의 ‘인질 공작’을 거론했다.
캐나다 의원 가족도 표적 삼아
이는 중국이 반중 정서를 막기 위해 즐겨 쓰는 수법으로 지적된다. 유사 사례를 전하는 외신 보도도 적지 않다.
캐나다에선 지난 2021년 중국계 하원의원에 대해 중국 정보당국이 중국 내 친인척을 감시하는 비밀공작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이 그해 7월 작성한 기밀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현지 매체인 글로브앤드메일이 1일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캐나다 보수당 당수 후보로 거론되던 중국계인 마이클 총 하원의원이 중국 당국의 표적이었다. 총 의원이 2021년 2월 중국의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을 ‘인종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는 이유로 그를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홍콩에 있는 그의 친인척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감시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중국 당국이 2019년 12월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캐나다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을 어떻게 억압했는지도 담겼다. 중국 당국이 해당 학생의 전자기기에 저장된 자료를 압수하는 한편, 중국의 부모에게 “아들이 SNS 계정을 삭제하지 않으면 아들이 체포되고, 가족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겁박했다는 내용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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