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16시간 풀노동 밤엔 주체혁명 교육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틈을 노려 북한이 최근 대놓고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한 불법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과 고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최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던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일 중앙일보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9월과 달리 지난주엔 북한 노동자들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형 건설현장에 투입돼 작업하고 있었다”며 “이들은 10명 내외로 팀을 꾸려 현장 인근에서 합숙하면서 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건설 현장엔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도 있었는데 이들은 주로 저층부에서 일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고층부에서 최소한의 안전장비만 착용한 채 철근작업 등을 하고 있었다. 강 교수는 “북한 노동자들은 밤 10시까지 저녁식사 시간도 없이 작업한다”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더 많은 돈을 주는 작업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숙소는 시내 번화가 인근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곳에 집중돼 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 이후 건설현장별로 노동자들이 무리지어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다른 공사 현장 바로 옆에도 컨테이너 숙소가 있었는데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야간 노동을 포함해 하루 16시간 이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재래시장에서 마주친 한 북한 노동자는 “조국(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코로나로 길이 막혀 갈 수 없게 됐다. 이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북 노동자, 노조가입 안하고 일 잘해…러 업체 선호”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 노동자를 24개월 내에 돌려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2020년 1월 북·러 국경을 봉쇄했고, 상당수는 현지에 불법 체류하게 됐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가 공개적으로 돈벌이에 나선 건 최근 일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은 지역 생활정보지에 구직광고까지 내며 외화벌이를 재개했다. 한 현지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는 노조에 가입하지도 않고 동향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데다 중국·동유럽 출신 노동자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평이 많아 러시아 업체와 주민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 극동 등지에선 이미 북한 불법 노동자들이 없으면 사실상 산업활동이 중단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며 “특히 안보리 제재 후 북한 인력 송출이 제한되면서 임금이 올랐고, 자연스럽게 북한 당국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올랐다”고 우려했다.
북한 당국이 해외 체류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정황도 나타났다. 지난 4월 20일 저녁엔 북한 노동자들이 숙소에서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을 다룬 ‘주체혁명의 첫 기슭에서’라는 제목의 김씨 일가 우상화 영상물을 시청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강 교수는 “예전엔 숙련공의 경우 개인적으로 일감을 찾아 돈을 벌어 일정 금액을 상납하는 ‘청부’를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엔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건설현장에 투입되고 있으며 ‘청부’를 나가더라도 합숙소에서 출퇴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엔 노동자들을 관리하던 간부가 탈북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또 지난해 11~12월 러시아 각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9명이 집단으로 탈북해 국내에 입국하기도 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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