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소문난 잔치에 풍성한 볼거리...혈전 예고하는 광주 2차전
안희수 2023. 5. 3. 04:47
소문난 잔치. 볼거리가 풍성했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3연전 첫 경기 얘기다.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3연전 첫 경기에선 롯데가 7-4로 이겼다. 롯데는 2008년 8월 30일 이후 14년 8개월 2일 만에 9연승을 거뒀다. 2008년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으로 롯데 야구의 부흥기가 도래한 시기이기도 하다. 투수 김진욱·타자 김민석 등 당시 야구공을 잡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주역이 돼 화려한 시절을 재연하는데 앞장섰다.
이 경기는 투수 운영, 작전 구사, 경기 집중력 모두 품격이 있었다. 패한 KIA도 마찬가지였다.
김종국 KIA 감독은 선발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를 4회 초 수비 시작 직전 바꿨다. 앞서 5점을 내줬으니, 바꾸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빠른 대처로 평가할 수 있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결단을 주저하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컨디션과 표정 모두 안 좋았던 선발 투수 박세웅이 5회 말 2사 뒤 연속 볼넷을 내주자,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박세웅은 교체를 위해 그라운드 나선 배영수 투수 코치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벤치의 결단에 불만은 없어 보였다.
‘발야구’는 구단 사이 상관관계로 인해 흥미가 배가됐다. KIA는 지난 주말 3연전에서 LG 트윈스에 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는 김규성의 홈 스틸을 포함해 도루 6개를 기록, 당시(4월 29일) 기준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도루를 시도하며 기동력을 강조하던 LG 앞에서 한 수 세련된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롯데는 그런 KIA를 상대로 말로 역전 득점을 해냈다. 2-2로 맞서 있던 2회 초 1사 1·3루에서 1루 주자 박승욱이 2루로 뛰었고, 반 박자 뒤에 3루 주자 한동희가 홈으로 쇄도했다. 포수 주효상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박찬호가 바로 홈 송구를 시도하려 했지만, 손에서 공이 빠지고 말았다.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타이밍상 한동희는 득점에 성공했을 것 같다.
롯데는 6회 초, 2사 뒤 박승욱·김민석·고승민이 연속 3안타를 치며 추가 2득점했다. 5회부터 마운드에 올린 임기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체를 하지 않은 KIA의 선택은 다소 의아하다. 전세가 기울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면 롯데는 7-3, 4점 차로 앞선 7회부터 필승조를 투입했다. 김상수와 구승민이 각각 7·8회를 실점 없이 막았고, 역시 4점 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도 1실점하고 26구를 던지며 고전했지만, 리드를 지켜냈다. 불펜 투수 소모를 감수한 서튼 감독. 9연승으로 얻는 게 더 많다고 본 것 같다. 승리를 향한 벤치의 필승 의지도 돋보였다.
롯데 박승욱은 8회 말 선두 타자 한승택의 안타성 타구를 잡은 뒤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러닝 송구를 시도해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주 포지션이 1루수가 아닌 안치홍이 바운드 송구를 잘 잡아내며 명장면을 합작했다. 롯데가 왜 현재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KIA는 3일 2차전에서 신인 윤영철을 내세운다. 신인이지만 지난달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세가 올랐다. 롯데는 4월 4승·평균자책점 1.34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해준 나균안이 나선다.
KIA도 이번 시리즈 전 9경기에서 8승을 거두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순위가 앞서 있던 LG를 상대로 마운드 운영과 작전 구사,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모두 앞섰다.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엔 여느 화요일의 3~4배 수준인 8892명이 입장했다. 온라인 응원도 뜨거웠다.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전국구 인기 구단 사이 맞대결. 3일 2차전도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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