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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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아침 출근길에 있는 중형 마트에 어른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하루는 도저히 궁금증을 이길 수 없어 결국 가장 대답을 잘해줄 것 같은 분에게 "왜 매일 아침 사람들이 이곳에 줄을 서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출근길 마트 앞의 긴 줄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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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아침 출근길에 있는 중형 마트에 어른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오전 8시가 되기 전이었는데, 어림잡아 50명은 돼 보이는 긴 줄이었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던 터라 궁금증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마트 앞 어른들의 줄은 이어졌다. 하루는 도저히 궁금증을 이길 수 없어 결국 가장 대답을 잘해줄 것 같은 분에게 “왜 매일 아침 사람들이 이곳에 줄을 서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이는 인자한 인상의 남성은 “이 가게에 아침마다 100개의 포켓몬빵이 들어와요. 아이들이 포켓몬빵을 너무 좋아하니 안 올 수가 없어요. 그래도 여기는 줄만 잘 서면 살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조금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앞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보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안도의 한숨을, 어떤 이는 실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조금 더 설명을 들어보니 이 마트에서는 매일 아침 8시 1인당 2개씩 포켓몬빵을 판매하는데, 매일 50명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쯤 되면 ‘포켓몬런’이라고 부를 만하겠다 싶었다.
방송에서 ‘포켓몬빵 열풍’이라며 특집 프로그램을 하던 때라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집 앞 편의점도 포켓몬빵 예약을 받기에 ‘지금 예약하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두 달은 기다려야 순번이 온다”고 하던 때다. 그런 걸 아침에 줄만 잘 서면 살 수 있었으니 한 시간 줄서기를 마다하랴 싶었다.
궁금증이 풀리고 나니 마트 앞에 늘어선 줄은 이내 관심의 레이더에서 벗어났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그 마트를 다시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계산대 아래 포켓몬빵이 7개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제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들여오는 빵의 수도 상당히 줄였지만 오후가 되도록 소진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출근길 마트 앞의 긴 줄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린 지 곧 1년이 된다. 문재인정부 초기 대통령 지지율은 80%를 넘나들었다. 2018년과 2019년 남북 정상은 4번, 북·미 정상도 3번이나 만나면서 곧 ‘한반도의 봄’이 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모든 것을 ‘무위’로 돌리기까지는 불과 2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22대 총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여권도 야권도 지지율 측면에서 어느 한쪽도 확실한 우위에 있지 않음에도, 양쪽 진영 모두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30% 정도로 추정되는 각자의 강성 지지층이 강하게 내뿜는 열기에 갇혀 있다 보니 그런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 아닌가 싶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야권 인사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은 15%의 지지만 받아도 자기가 무조건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데, 그럴 때는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20% 포인트 높은 결과가 나와도 여론조사가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면서 “후보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지지자들의 열기가 얼마나 신기루 같은 존재인지는 선거가 끝나봐야 알게 되더라”고 말했다.
대선 승리로 국정 권력을 손에 쥔 여권도, 170석에 이르는 거대 의석수를 토대로 의회 권력을 확보한 야권도 언젠가는 손에서 권력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포켓몬런’이 반년 만에 사라진 것처럼.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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