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붐으로 생계 위협” 할리우드 작가들, 16년 만에 파업

장은현 2023. 5. 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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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 영화 및 TV 작가 약 1만1500명이 2일(현지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먼저 네트워크 TV(기존의 무료 공중파방송 시스템) 시대에는 작가가 한 시즌에 20개 이상 에피소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담당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그 수가 8편, 12편 등으로 줄면서 임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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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TV 작가들 “임금 줄어”
AI가 쓴 대본 재작성도 금지 요구
일부 TV프로그램 방송 중단 가능성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작가들이 2007년 11월 20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한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 영화 및 TV 작가 약 1만1500명이 2일(현지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전 세계적인 ‘스트리밍 붐’으로 일거리와 임금이 감소하는 등 생계 위협에 처하면서다.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전통산업 종사자를 위기로 몰아넣은 또 다른 사례다. 작가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본 제작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작가조합(WGA)은 노동절인 전날 성명을 내고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했다”며 “2일 오후부터 피켓 시위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2007~2008년 100일 동안 진행된 파업에 이어 16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WGA는 스트리밍 시대로 전환되면서 작가들의 노동 조건과 처우가 악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금 인상’ 등 크게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네트워크 TV(기존의 무료 공중파방송 시스템) 시대에는 작가가 한 시즌에 20개 이상 에피소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담당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그 수가 8편, 12편 등으로 줄면서 임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WGA 통계에 따르면 현재 TV 시리즈 작가 절반이 최저급여 수준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는 2013~2014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작가들은 새롭게 부상한 ‘미니룸(miniroom)’ 관행도 임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니룸은 소수의 작가가 모여 대본과 세부적인 스토리 아크(줄거리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하는 작업)를 생성하는 작업을 하는 비공식 제도다. 경영진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위해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 대신 미니룸에 그보다 적은 자금을 지원한 후 여기서 만들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시리즈 방영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WGA는 “승인을 받지 못한 작가들은 프로그램 제작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짚었다.

‘일정 기간 특정 수의 작가를 프로그램 제작에 배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WGA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사용자 측인 영화 및 TV 프로듀서 연합(AMPTP)은 해당 제안이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사용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WGA는 AI를 이용해 기존 작품의 시즌2 이상을 제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지책을 마련하길 요구하고 있다. AI가 작성한 대본 초안을 작가들이 재작성하도록 요구받는 것 또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파업으로 NBC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등 작가의 참여가 필수적인 방송은 일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제작에만 최소 수개월이 걸려 파업이 길어지면 연쇄 방송 중단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WGA는 “이번 협상은 ‘실존’의 문제이자 ‘직업으로서 글쓰기’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AMPTP는 “작가 노조에 ‘관대한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협상을 이어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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