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곰배령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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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화원(天上花園)이라 불리는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에 다녀왔다.
몇 해 전 술자리에서 "아무리 삶에 치여도 그렇지, 사람이라면 봄마다 (꽃 보러) 곰배령 정도는 한 번씩 다녀와야 하지 않아?"라고 호기롭게 주창한 결과가 매년 이어진다.
우리가 곰배령에 열광하는 이유는 길지 않은 구간(4~5㎞)을 여유롭게 걸으며 고도를 달리해 다양한 꽃과 나무가 펼쳐진 건강한 숲에 실재(實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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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화원(天上花園)이라 불리는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에 다녀왔다. 몇 해 전 술자리에서 “아무리 삶에 치여도 그렇지, 사람이라면 봄마다 (꽃 보러) 곰배령 정도는 한 번씩 다녀와야 하지 않아?”라고 호기롭게 주창한 결과가 매년 이어진다. 설악산 남쪽 점봉산(1424m)은 한반도 전체 식물종의 5분의 1에 달하는 854종이 자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아 설악산국립공원(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82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87년)에다 백두대간보호지역(2005년)까지 겹쳐 철통처럼 보호된다. 이런 연유로 점봉산은 87년부터 현재까지도 입산 금지구역인데, 이 산 남쪽 자락을 생태탐방 목적으로 2009년 7월부터 사전예약(일일 1250명)을 받아 개방한 구간이 바로 곰배령(1164m)이다.
등록 명부를 QR코드로 확인한 뒤 숲으로 들어서니 스위치를 켠 듯 세상이 바뀐다. 그늘 깊은 숲은 서늘하고 촉촉하니 공기가 농밀하고 계곡 물소리는 우렁차다. 숲은 신갈나무와 서어나무를 비롯해 전나무나 산벚나무 등이 가득 뒤덮다 고도가 높아지며 신갈나무만 듬성듬성 남더니 바람 거센 정상부에선 하늘이 열리며 초원이 펼쳐졌다. 땅은 가히 ‘화려강산’ 그 자체인데, 보기 힘든 노루귀가 잡초처럼 번지고 고귀한 관중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아무 데서나 큰 잎을 펼쳤다. 그 사이사이 홀아비꽃대와 매화말발도리, 미나리냉이, 흰제비꽃, 개별꽃, 홀아비바람꽃은 하얗게, 산괴불주머니, 피나물, 동의나물은 노랗게, 벌깨덩굴, 현호색은 파랗게 내내 주변을 밝혔다.
우리가 곰배령에 열광하는 이유는 길지 않은 구간(4~5㎞)을 여유롭게 걸으며 고도를 달리해 다양한 꽃과 나무가 펼쳐진 건강한 숲에 실재(實在)하기 때문이다. 높은 생물다양성에는 이토록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균형’이 핵심인데, 이는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적 생물종(인간)을 철저히 조절한 덕분이기도 하다. 때론 인간의 물러섬이 긴요한 이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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