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일자리 수 2년 만 최저치 기록...월가 해고 잇따라

지난해 9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 한 연회장 외부에 걸린 "현재 채용 중" 표지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3월 일자리 수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공개하면서 지난 3월 민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959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1000만 건)보다 41만 건 줄어든 수치이자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 통신은 3월 일자리 수가 전문가 전망치(970만 건)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의 일자리 수는 전체적으로 160만 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종에서 11만 2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는데 이는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주택 시장이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기업의 구인이 줄어들면서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자발적 퇴직 건수는 지난 2월 398만건에서 3월 385만건으로 감소했는데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동 시장 신뢰도의 지표가 되는 이직률은 2.5%로 마찬가지로 최근 2년 새 최저치를 찍었다. 이에 대해 미 언론들은 현 직장보다 더 나은 조건의 새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도 잇따라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모건스탠리가 2분기 말까지 전 세계 임직원 중 3000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8만20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2월 1600명을 해고한 지 반년도 안 돼 2차 구조조정에 나선 셈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인수합병을 비롯한 투자은행의 ‘일거리’가 침체한 상태로, 올해 하반기나 내년까지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 골드만삭스가 지난 1월 3200명을 대량 해고한 데 이어 씨티그룹도 최근 인력 감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때 과열 양상을 보이던 미 노동시장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동 시장이 둔화 양상을 보이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마이클 페롤리 뉴욕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인과 이직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해고율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세 가지 수치는 노동 시장이 식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 누적된 정책 긴축이 기업의 노동 수요에 원하는 효과를 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