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검찰 출석, 구속 피하기 위한 '빌드업'?
의식 발로…구속 피하기 위한 꼼수"
조응천 "'도주 의사 없다'는 점 보여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 쌓은 포석"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부르지도 않은 검찰에 출석한 것을 놓고 여권은 '무단출석'이라 지칭하며 "구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의도를 의심했다. 야권은 떳떳하다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하면서도, 그 가운데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쌓기라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4선 중진 권성동 의원은 2일 SNS를 통해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려보냈다"며 "자숙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자진 출두 퍼포먼스를 벌이며 대인배 흉내를 내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5·2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 이날 오전 출석 요청이 있지도 않았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약속이 잡혀있지 않던 관계로 1층 로비에서 담당 검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자, 돌아나와 기자들 앞에서 "나를 구속시켜달라"고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출석'은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 권성동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주변 사람 말고 나를 구속시켜달라'고 입장을 밝혔다"며 "공당의 대표를 지낸 분이 '나 한 명으로 퉁치자'는 식으로 사법거래를 시도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 송 전 대표는 '모든 게 나의 책임'이라 했는데, 무슨 책임을 졌느냐. 민주당 탈당이 과연 책임이냐"며 "탈당과 복당이 단톡방 들락거리기처럼 흔해빠진 민주당에서 탈당이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고 일갈했다.
아울러 "송 전 대표가 해야할 일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무단출석'과 대인배 놀이는 오히려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재선 정점식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의 '출석'의 배경에는 구속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정점식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송 전 대표의 출석 강행은 언론을 향해 야당탄압·정치검찰 주장을 펼치기 위한 정치쇼이자, 향후 구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수사기관에 자기 멋대로 조사 일정을 통보하는 것은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압박하며 정치쇼를 할 게 아니다"며 "후진적 관행과 구태·불법선거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 자숙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의 '출석'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의 공개 모두발언 가운데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 10건의 대면·서면 현안 브리핑 중에서도 송 전 대표 '출석'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송 전 대표가 당에 부담을 끼치지 않겠다며 스스로 탈당한 만큼, 당 역시 거리를 두고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질문에 답했는데, 떳떳하게 보이려는 시도라고 분석하면서도 '도주 가능성'이 없음을 과시해 향후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 3선 이원욱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책임지겠다는 자세는 보이는데 실효성은 없어보인다"며 "국민들이 생각할 때에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가느냐'라며 약간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재선 조응천 의원은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떳떳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느냐"며 "그래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는 여러 가지 포석을 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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