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끊이지 않는 반려견 학대 행위
지난 3월 6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양평군 ‘반려동물 학대현장’은 처참했다. 1200여 마리의 반려견 사체가 발견된 곳이다. 경찰 수사로 폴리스라인이 쳐진 고물상에는 백골 상태가 됐거나, 박제처럼 말라붙은 푸들 등 반려견 수백 마리의 사체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대형 고무통 여러 개에도 반려견 사체가 가득했다.
이 사건은 같은 달 4일 인근 주민이 자신의 잃어버린 개를 찾던 중 A씨(60대 남성·구속) 집 내부의 현장을 발견하고 동물권 단체에 알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 신고가 없었으면 이런 끔찍한 반려동물 학대 행위가 지속됐을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6월부터 최근까지 애견 경매장 등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반려견들을 마리당 1만원가량을 받고 데려와 굶겨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3월 18일 페이스북에서 “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시설 불법행위 단속을 통해 제2, 제3의 양평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은 이후 같은 달 24일 광주시 도척면의 한 육견 농장에서 8마리의 개 사체와 21마리가량으로 추정되는 동물 뼈 무덤을 발견했다. ‘양평 개 사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김동연 지사 지시로 일제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민원인 제보를 통해 해당 농장의 불법 행위를 확인한 것이다.
지난달 7일 오전 11시 35분쯤엔 한 동물권 단체가 여주시 북내면 장암리 한 비닐하우스 인근에 개 사체가 다수 방치돼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는 25마리의 개 사체가 도랑에 파묻혀 있었다.
동물권 단체들은 최근 경기 지역에서 신고와 제보로 적발된 반려견 학대행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 규정과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반려동물 번식장과 경매장 등도 반려동물 학대의 온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평 사건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권 단체와 양평군 주민 등은 지난달 8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대량학살된 개들을 위한 위령제’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서 제기된 양평 개 학대 사건 제보를 받고 현장을 처음 확인한 동물권 단체 케어의 주장에 주목한다. “양평 개 학살 사건을 계기로 동물 관련 거버넌스는 전면적으로, 철저히 바뀌어야 한다. 양평 개 학살 사건은 사회적 참사다. 제도적 측면까지도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반려견 인구 1500만 시대에 제도적 사각지대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대규모로 학대당하는 반려동물들을 구하려면 촘촘한 제도적 감시망을 가동해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전익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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